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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2 23: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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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님 가족과 제 가족이 너무 똑같아서, 눈물이 나서 뚝뚝 울면서 댓글 달아요.
형제나 부모가 '너는 왜 그렇게 ~해? 그러니까 ~하지' 라고 말하는 게 어린애한테 얼마나 큰 트라우마로 남는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저는 남녀차별이 있는 집에서 자랐고 어릴 때부터 오빠한테 9를 빼앗기고 1을 가져야 했어요. 그 1마저 양보하지 않았을 때, 내 물건을 훔쳐가는 오빠를 참지 않았을 때마다 이기적인 년, 왜 그렇게 이기적이냐, 그러니까 남들이 널 싫어하지. 그러니까 왕따를 당하지. 란 말 들었고요. (당한 적도 없고 항상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격이었는데도, 오빠는 심지어 친척들 앞에서 왕따당하는 애라고 절 소개했어요. 다시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요) 고작 사람 찍어누르려고, 남들 들먹이면서. 그 어린 애한테. 아주 꾸준하게.
어릴 땐 뭣모르고 엉엉 울었는데 크고 나서 사회에 나가보니 학교에 가 보니 알았어요. 나는 되려 이타적인 성격이었고 아무도 나를 왕따시키지 않았고, 세상 그 누구보다 나에게 가장 먼저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가족이란 사실요.
저는 아버지의 가부장적이고 화내고 크게 소리지르는 걸 보고 자라서 큰소리에 예민하고, 가부장적인 말을 누구에게 들으면 너무나 화가 나요. 가족이 저에게 이기적이란 말을 하면 정말 방아쇠를 당긴 것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낼 건 나뿐이라고 생각했어서 작성자님처럼 '당하고 살지 않겠다' 는 마음이 강하고요. 권위나 나이로 누르려는 걸 보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성격 좋다는 말 많이 듣고 대외적으로 낙천적인 이미지지만 사실은 항상 속에 이유 모를 분노가 끓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연휴에 저도 집에 내려갔다가 부모님이랑 크게 싸우고 왔습니다. 항상 같았던 그런 이유들로요. 금방 화해하고 부모님 앞에서 웃었지만, 저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쉽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갱신하듯이 마음이 다져져요. 얼마나 나를 쉽게 버릴까에 대해 생각합니다. 명문대에 진학하지 않았더라면 장학금을 받고 자랑할 만한 딸이 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종처럼 천대받으며 살까 하는 생각요.
작성자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모아서 독립하세요. 제발요. 그런 사람들 곁에서 떠나야 해요. 나를 공격하고 상처입히는 사람들에게서 빨리 도망쳐나와야 해요. 항상 이런 일 겪고 나면, 갈 곳이 없어서 아파트를 돌며 엉엉 울다 오곤 했는데, 독립해서 작게나마 내 집이 생기니까 '돌아갈 곳이 있다' 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돌아갈 곳이 가정이, 가족이 아니라는 것이 늘 슬프지만요. 그 느낌이 있고 없고가 굉장히 달라요.
그 괴로운 시간들을 이겨내고, 지워내고, 우리는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진심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아끼는 따뜻한 사람들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