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욱일기를 쓰는 만화'에 한정되어야 하는거지, '거북선을 누가 썼더라'가 되어선 안되는겁니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역사의 물건을 누가 쓰는지 하나씩 다 사상검증하는게 이상한거죠. 영국인들이스톤헨지/무적함대 가져다 쓰는 창작물에 대해 하나하나 다 창작자의 사상검증 하면서 '얘는 반영국적인 이념을 지녔으니 우리꺼 쓰면 안돼, 얘는 착하니 써도 돼'라고 하는게 안 이상한가요?
원피스가 욱일기를 쓰는건 충분히 욕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거북선을 썼다'가 논란이 되는, 과거의 물건을 독점하여 누군가에게 '허가'해준다는 늬앙스가 이상하다는겁니다.
글쎄요... 가끔 느끼는건데 한국 역사적인 것들을 마치 '신성불가침 요소'로 취급하는건 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도저히 창작의 자유 안에 포함시킬 수 없는 범위인가요? 다른 나라의 예술 창작품들에는 수많은 역사적 요소들이 다양한 변형되고 사용되는데, 거기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이러이러한건데 왜 그렇게 쓰느냐' 라고 욕을 먹는걸 본적을 그다지 없는듯 합니다. 역사물을 표방하고 잘못된 역사를 쓰는경우를 제외하고는요. 영국의 스톤헨지가 무슨 악의 컬트집단의 본거지라고 해서 영국인들이 발끈하는 것도 못본거 같고, 300에서 페르시아 군대가 괴물마냥 묘사되고 개발리는 장면을 보고 그쪽지방 사람들이 난리를 친적도 없고, 킹스맨에서 미국인이 회화되고 고위인사들 폭죽쇼가 벌어졌다고 난리친적도 없는데...
하물며 중요한 역사적 인물도 아니고 한낱 배일 뿐인 거북선이, 아무리 상징성이 있다 한들, 해적만화에 등장했다고 해서 '논란'씩이나 되야 하는게 씁쓸하네요. 이제부터 영국 갤리온이나 무적함대같은 요소를 다른 면모로 쓰려면 영국인들에게 정식으로 허락 받아야 하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