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에 있던 여고생들이 2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0분은 너무 오래라, 지도를 찍어 얼마나 타고가야 되는지 봤는데, 700미터 이하의 거리는 안보여준다고 떴다. 그래도 그냥 쉬고 싶어, 그냥 버스를 기다렸는데, 이게 웬걸 700미터는 커녕 7킬로도 더 가더라. 이제보니 지도앱의 내 위치가 잘못 찍혀 있었다. 하마터면 골로 갈 뻔 했다.
어느 은퇴한 노부부의 차에 얻어탔다. 군산에 있는 대학 교수였던 분이신데, 그냥 이곳저곳으로 여행하신다고 했다. 나를 태우더니 강릉 경포대를 네비게이션으로 찍고 출발하셨다. 아까전에 버스기사와 실랑이 하시던 할머니의 기억이 강하게 남지 않았다면(내리시는 정류장을 두고 또 실랑이), 난 중간에 내릴 곳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고 진짜고 경포대까지 끌려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토실토실한 내 앞발. 사실은 아까 허브나라에 타고 온 버스가 막차였다. 콜택시를 부르면 2만원 가량이 나오는 상황. (매표소 직원은 콜택시 번호를 아예 외우고 다녔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오늘 히치하이커 신께서 강림하셨는지 또다시 엄지를 치켜 세워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