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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13: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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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에서 말씀하신 다이빙벨 논쟁의 초점 자체가 잘못됐다고 봅니다. 요점은 수백 명의 승객들이, 그것도 대부분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들이 침몰한 배 안에서 죽어가는 상황이면 다이빙벨 아니라 뭐가 됐든, 민간회사이든 정부 기관이든 군경이든 전부 일단 투입해서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서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더 구조했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해경과 해수부에서는 구조하겠다고 찾아온 사람을 막고, 아니 나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고 이거 보라고 시범을 보여주려고 하니까 위협하고, 결국 쫓아냈습니다. 그래놓고 다이빙벨이 효과가 있네 없네 이종인 대표가 뭘 잘 했네 잘못했네 하고 있는데요... 이종인 대표의 잘잘못을 말하는 논쟁에 휘말리는 건 해경/해수부/정부의 말장난에 속아 그 쪽 프레임에 갇히는 겁니다.
다이빙벨 아니라 맨몸으로 뛰어들어서라도 아직 시간이 있을 때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겠다는 사람은 일단 지원해주고 칭찬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집에 앉아서 화면으로만 보는 사람도 저 물에 가라앉은 배 안에 애들 수백 명이 갇혀 있으려니 생각하면 무섭고 울화통이 터지고 눈물이 나는데 그걸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바닷속에 들어갈 장비도 있고 구해줄 기술도 경험도 있는데 못 하는 심정이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이종인 대표가 영화 다이빙벨에서 울면서 "개같다"고 하는 게 그 뜻입니다. 구조의 책임이 있는 자들은 아무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뭔가 하려는 사람을 모두 막았고, 이제 와서 청문회에서는 기억이 안 난다고, 애들이 철이 없어서 위험한 줄 모르고 지들이 안 나와서 죽었다고 발뺌과 망언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종인 대표는 정부 관계자도 군인도 아니고 개인 회사를 운영하는 민간인입니다. 해상 재난이 일어났을 때 시민을 구조할 책임이 있는 건 일차적으로 해경과 해수부이고 좀 더 넓게 보자면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그러라고 세금 내고 국회의원 대통령도 뽑아주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할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이빙벨]에서 그게 요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