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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6 16: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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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부탓하고 추도했더니 물대포 쏘고 캡사이신 쏘았고, 책임자 가려내지 못했고, 세월호는 바닷속에서 절단나고 있고, 미수습자는 아직 아홉 명이고, 교실은 2주기가 지나면 치워버린다고 청소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도 손 떼겠다고 했고, 교실이 정리되면서 세월호 참사는 그냥 잊혀버리고, 우리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그냥 아 그때 참 많이 울었지 하고 잊어버리고 살던 대로 아무 일 없던 듯이 살게 될 것 같습니다.
가족분들은 잊지 않으시겠죠. 그렇지만 아이들이 보고 싶어도 억울하고 분하고 슬퍼도 이젠 찾아갈 교실도 없겠죠.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분이고 뭐고 다 떠나서 내가 죽으면 당장 방 빼고 책상 치우라고 하는 학교에는 다니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단원고 소속 미수습자가 학생 네 명 선생님 두 분 이렇게 여섯 명인데, 학교에서 가라고 해서 간 수학여행인데. 그렇지만 가만히 있어야죠. 아이들 책상이 없어지고 자리에 놓여 있던 편지들이 버려지고 모든 흔적이 사라져도 죽은 사람만 불쌍하죠 뭐. 그냥 가만히, 가만히 있어야죠, 이런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가르쳐야겠죠. 가만히, 가만히 있으라고, 너 죽어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시신조차 못 찾아도 너만 운이 나쁠 뿐이라고, 네가 생활하던 교실, 네가 앉았던 책상, 불운한 너의 모든 흔적들은 기분나쁜 생각은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다 치우고 잊어버릴 테니까,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