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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6 05: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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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서, 침대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과거의 기억이 쓰나미처럼 몰려와서 허우적거려요. 숨이 턱 막힐 것 같고, 기억의 파도에 휩쓸려 정신 못 차려서 우울하고 슬퍼지고 화도 납니다.
그 때는 알람을 맞춰요. 그 때가 새벽 세 시라고 하면 여섯 시 알람 뭐 그렇게요. 알람시 나오는 곡을 좋아하는 노래 중에서 경쾌하면서 힘을 받을 수 있는 노래로 합니다. 요즘에는 응답하라1988의 삽입곡이었던 '이젠 잊기로 해요'를 선정하고 있어요.
그리고 기억의 쓰나미를 담담히 받으려 노력합니다. 울기도 하고, 화도 내보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상상도 하고...... 그러다가 알람음 울리면 조용히 그 노래를 들어요. 기억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면서요.
생각하지 않으려고, 기억해내면 안된다고 자기 자신을 옭아맬 때보다 차라리 시간을 정해놓고 감정을 토해내는 것이 낫더라고요, 저는.
밀물처럼 들어와 내 안에 가득찬 나쁜 감정은 마음 속을 휘저으며 한 덩어리로 뭉쳐지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알람곡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내 몸과 마음이 다시 채워진다.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약속을 하면서 알람을 맞춥니다. 다만, 그 시간은 세 시간을 넘기지 않게 해요. 안 좋은 감정에 너무 오래 잠겨 있으면 힘드니까요.
그리고, 작성자님.
당신이 나쁜게 아니에요. 당신이 틀린 것도 아니에요. 당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에요.
당신은 충분히, 잘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