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님 일본 여행 글 올릴 때마다 쓰는 일본 외갓집이야기.
오늘은 음식 이야기를 함 적어볼까 합니다.
일제시대 중반에 외할아버지, 외할매가 일본으로 갔습니다.
징용 아니고 돈벌기 위해 고향 땅 팔아서.
2세대인 큰 외삼촌이 살아계시면 100세 쯤 되러냐 모르겠지만,
외삼촌 세 분을 포함한 어머니까지 2세대가 다 일본에서 태어난 걸로 들었습니다.
도쿄출신 어머니는 해방전 아버지와 결혼해서 한국에 왔고,
1965년 한일 수교가 되어 외갓집과 왔다 갔다 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식사하신 이야기 보니 외삼촌 생각이 납니다.
2세대인 외삼촌은 아직 외갓집에 남아있던 한국식 입맛을 간직하고 계셔서
저희 집에 오시면 얼큰한 짬뽕을 즐겨드셨습니다.
중식이지만 고춧가루의 맛이 듬뿍 들어간 맛이니까요.
식사하실 때면 단촐한 일본식 가정식과 비교해서
반찬가짓수가 많은 저희집 밥상을 보시면서
반찬 그릇 수 세어 보시면서 재미있어 하셨습니다.
일본은 소면(우리의 잔치국수면이죠)을 가쯔오부시 국물내어
메밀국수 처럼 국물에 적셔 먹죠.
저희집은 경상도식 잔치국수 중에 고명이나 들어가는 것이 많아,
어머니가 잔치국수 끓여 드리면 참 좋아 하셨습니다.
애호박, 계란지단, 쇠고기고명, 부추에 멸치국물로...
한국식 잔치국수 좋아하시는데, 일본의외할머니 돌아가시고는
일본 며느리 들어와서 국수 해달라면
국수 삶고 달랑 찍어 먹을 국물만 준다고... 투덜투덜...
한국식 잔치국수 처럼 안 해준다고...ㅋㅋ
어머니는 요즘도 일본식 입맛이 남아 계셔서
한국식 발효음식 보다는 연어구이나 갈치구이 같은 거
반찬으로 드시는 걸 더 좋아하십니다.
달달한 갈비찜이나 장조림 같은 맵지 않은 반찬은 꼭 밥상에 올라갑니다.
그래서 저희 어머니 입맛을 생각해서 일본여행 다녀오는 누님은
일본식 김조림인 노리 츠쿠다니를 한번씩 사가지고 오죠.
전 한국사람 입장으로 참 영양가 없어 보이는데,
달달 짭짤한 것이 입에 맞으신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