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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5 21: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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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짝 싫증 났을 때 썰
2014 하이브리드 입문해서(그냥 목적없이 바람 쐬러 자전거 구입) 몇 달 동안
타니가 지겨워 지더군요.
근데, 자전거 탄 후로 저절로 좋아진 건강 때문에 타는 걸 멈출 수 없더군요.
그래서(그 때는 주로 야라) 사람 없는 곳에서 악 악 소리 막 지르고 계속 탈거야라 며
속으로 되뇌이며 탔습니다.
거리도 좀씩 늘이면서 하이브리드로 100km 이상도 가보고.
대충 회복 되더군요.
2. 좋았던 적의 썰
2014년 여름 로드로 입문해서 자전거거 계속 재미있어서
2015년에는 시즌온 기간(2월 부터 12월 까지)
주말에만 장거리 뛰었습니다.
거의 1박2일 여행이었죠.
대구 ~ 부산 10회 이상 1박2일 왕복.
섬진~영산강 5회 이상 종주.
이 때가 제 자전거 취미의 최고점 이었습니다.
맛집 찾아 밥먹고, 숙소가서 한잔하고 시골의 장터에서 국밥이나 국수 사먹고.
지병이었던 지방간 완치되고 다른 병도 나아서 병원장이 저를 다른 환자에게
좋은 치료사례로 자랑하시고 병원장님 입 막 벌어지며 웃으시고...ㅋㅋ
부산에서 160km 달려 대구 도착할 때면 동네 로드타는 젊은이들 다 따고,
부산에서 160km 달려 팔조령 쉬지 않고 가볍게 넘어오고...
3. 진짜 슬럼프가 온 썰
2015년 겨울~2016년 초봄 사이에 슬럼프가 왔습니다.
원인은 시즌오프 기간 연말의 과도한 음주로 체력저하,
자전거 못타서 죽어가는 허벅지 근육 살리기위해 '무리하게' 한
헬스 런닝머신 때문에 무릎부상. 치료과정에 시간 걸림으로 지루함.
그로 인한 시진온의 늦어짐.
연세 많으신 노모를 모시게 되어
저의 유일한 낙이던 1박2일 자전거 여행 못가게 된 점.
엄청 낙심했습니다.
2016년 주문해둔 기함급 자전거가 손에 들어왔지만,
여행을 못 간다는 처지가 그렇고, 무릎부상이 또 올까봐 그렇고.
주말에도 안 나가고 낮잠자기도 하고.
퇴근 후 야라도 잘 안 나가고 그랬죠.
비싼 자전거 걍 매달아 놓고...ㅠㅠ
4. 슬럼프 회복
여행 못가면 어떠냐? 어차피 자전거는 그냥 타기만 해도 재미있지 않느냐!
맨날 퇴근 후 깜깜할 때 타면서 경치 못 보면 어떠냐? 갔다 와서 샤워하고 쉬는 재미가 있지 않느냐!
이 곳 저곳 구경 못하면 어때?
맨날 가는 길도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어제는 흐리다가 오늘은 햇살에 피부도 실컷 태우고.
살짝 기운을 피우던 잡초가 기온이 높아지자 칡넝쿨이 정글처럼 우거지고.
그래, 맨날 같은길 다니고 속도 못내고 잘 못 달려도
자전거는 재미있구나.
이런 매일 디테일한 변화도 재미 있구나 생각 되더군요.
4. 꼬릿말
요즘은 많이 회복되어 맨날 달리는 길도 재미납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몸 망가지지 않게, 부상 당하지 않게
천천히 달리면서 즐기고 있습니다.
5. 사족
윗 분들도 올려 주셨지만, 즐기는 방식을 쫌식 바꾸어 보시는 거 어떨까요?
주말이면 먹방여행(맛난 짬뽕집, 시골에 쳐박혀 있지만 이름있는 햄버거집 찾는거) 하시거나 하는 거.
맨날 다니는 길도 슬렁슬렁 다니시는 게 좋은 것이,
정신건강에 좋은 호르몬 생성을 담당하는 것이 허벅지랍니다.
물론 햇살도 세로토닌인가 뭔가 생성에 좋고요.
자전거에 대한 실증이나 슬럼프는 계속 자전거를 타면서 이겨 나가는 게 어떨까요?
너무 의무적으로 속도에 신경 쓴다던가, 난 매일 타야 하는 사람이야 하는 데 얽매이지 마시고...
당분간 슬렁슬렁...
전 이제 50줄에 들어선 꽃중년(?) 이지만.... 할배처럼 슬렁슬렁 탑니다.
올해는 힘들었으니 내년 신나게 타자는 마음으로 근육이나 살려놓자고 하며 탑니다.
(나이 들면 말만 많아져서 글이 너무 길어 졌네요.
나이 먹으면 입은 닫고 지갑만 열어라는 말이 있는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