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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30 09: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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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니
기다리던 시험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더군요.
성취감에 기분이 좋아 그 날은 술도 조금 했습니다.
적당히 취기가 올라오길래 운동 겸 집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술 때문인지 급똥이 밀려오더군요.
집은 아직 멀었고 점점 힘을 다해가는 괄약근 덕에 눈물이 쏙 빠지더군요.
그때 누군가 아는 척을 합니다.
이런, 하필, 극심한 갈등으로 헤어진 전 여친 ㅇㅇ이 입니다.
당황해 왠일이냐 했더니, 요 앞에서 자취를 한다네요.
사정 이야기를 하니 웃길래, 저도 웃었습니다.
흡사 아주 오래 전 우리가 사랑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비단 저 혼자만의 감정은 아니었던지 그녀가 말했습니다.
"똥 싸고 갈래?"
염치불구하고 쾌변을 쏟아 내고 돌아가려는데
그녀가 절 붙들더군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외모만큼은 제 이상형 그대로 입니다.
여전히 예쁘다 칭찬하니 그녀도 너 역시 그대로다 칭찬해주더군요.
찬스다 싶어. 긴 헤어짐 뒤의 첫 키스.
간지러운 곳을 긁듯 그녀의 혀가 제 혀를 얽어댔습니다.
그리곤 곧 가벼운 운동이 시작됐죠.
구태여 성관계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출근 때문에 먼저 집을 나선 탓에
저는 오래도록 그녀 없는 텅 빈 방에서 모처럼의 숙면을 즐겼습니다.
지금 이 글도 그녀 방에서 쓰는 겁니다.
그나저나 문득 그 말이 떠오르네요.
한 번 헤어진 연인은 또 같은 이유로 헤어진다.
방이 엉망이네요. 정리 좀 하지.
여자 방 꼬라지가 이게 뭔지.
어휴... 쓰레기장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