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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04: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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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나마 글에 뜻을 두고 있었기도 하고 원체 글자를 좋아해서 옛날 이야기책이나 표준국어대사전 같은 걸 끼고 다니며 운문이든 산문이든 글짓기를 즐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에 잠깐잠깐 시(詩)랍시고 시어 몇 개 끄적이거나 혹은 이런저런 책에서 엿본 지식을 나열하는 수준이었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 정도로도 교내 백일장, 청소년 백일장 같은 데서 나름 수상 실적을 올릴 수 있었으니 자연히 자만해서였을까요? 대학 입시철에 문예창작과 실기 과정이라거나 수시 논술 등에서 깔끔하게 불합격한 것을 시작으로, 사회에서 간간히 열리는 백일장 대회나 이런저런 문학상, 신춘문예 같은 곳에 아무리 투고해보아도 신통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점점 지치더군요.
한편으로는, 보통 그런 대회는 국문과나 문창과에서 독식하다시피 한다더라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서, '햐. 카르텔 대단하네. 그러니 내가 아무리 눈썹 휘날릴 정도로 뛰어다녀도 안 되는 거 아닌가.'라는 불만이 은연중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본문과 본문 말미에 첨부된 웃대 댓글들을 보니 그냥 제가 오만했다는 사실이 직관적으로 보이네요. 저렇게 치열하게 글을 쓰며 계속 자기자신을 단련한 이들의 노력 수준에 비하면 내가 했던 것은 얼마나 하잘것없는 잔재주, 기교였나 라고 절로 반성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