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4
2023-03-28 01:26:25
1
음모론적으로 이어서 생각해보면, 프룬제 쿠데타 모의가 실패로 귀결된 것은 이렇게도 해석할 수도 있다고 봐요.
당초 프룬제에서 유학하던 북한 군관들은, 북한에서 나름 신경쓰는 엘리트 계층임에도 소련에서 생활하기가 여간 팍팍한 게 아녔다죠. 그래서 결국 몰래 가져왔던 인삼 같은 것들을 조금씩 밀매해서 그걸로 나름 부수입을 쏠쏠하게 올려 생활비로 조달하곤 했는데, 이런 밀매 행위가 소련 KGB 당국에 포착됩니다. KGB에서는 이들이 밀매 활동으로 부수입을 짭짤하게 올리는 것을 묵인하는 대가로 그들을 미인계로 꿰어낸 뒤 그들의 밀매 비리 내역과 S테이프를 북한에 넘기지 않는 조건으로 소련 측 프락치로 포섭했고, 무사히 북한 당국으로 돌아가 고위 관계자가 될 수 있게끔 '배려'해줫다고 합니다. 가령, 프룬제에서 학업을 이수할 때, 그리고 졸업할 무렵의 성적을 우수하게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소련 유학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간 군관들. 하지만 본문에서 보다시피 그들의 시각에서는 정통 공산주의 노선을 걸으면서도 개혁개방 등으로 경제발전을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소련 사회상을 보면서 김씨 일가가 지배하는 현재의 북한 체제로는 북한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 김씨 일가를 그대로 제껴서 그어버리고 자기들이 북한을 장악해 정통 공산주의 노선으로 북한을 재건하고 나아가 재차 남침하여 적화통일을 이루고자 했었다고 하지요.
여기서부터는 100% 상상인데요. KGB의 '배려'로 소련에서 무사히 귀국해 북한 군부의 엘리트가 된 이들이니만치 당연히 소련과의 연락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겸사겸사 북한 내부 실정이나 군부의 현황, 김씨 일가 수뇌부의 동향 등을 보고하는 KGB의 프락치 노릇도 하면서요. 이 과정에서 이 엘리트 그룹은, 이렇게까지 자신들을 구워삶은 소련이니 당연히 우리 편에 서 줄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들이 구상한 북한 정권의 재구축 및 한반도 적화 통일에 대한 플랜을 소련에 보고하고 그에 대한 검토와 사후 지원을 요청했지만 예상 외로 소련 당국에서는 '이 미친 새끼들이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이라고 판단하고서는, 기껏 고생해서 소련파를 북한 군부에 심어놓았더니만 오히려 더한 시한폭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걸 또다른 연결라인을 통해 북한 당국에 넌지시 흘리는 방식으로 사발을 풀어버려서 북한 당국이 그들을 숙청하게끔 한 것이 저 프룬제 쿠데타 모의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