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마냥 사람좋은 호구마냥 묘사되고 있는 장제스의 야심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는, 물론 당사자야 이제 가고 없게 된 지 벌써 오래 된 사람이니 직접 물어라도 볼 수 없는 노릇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단순히 '썰'로 치부하고 넘길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분명한 근거까지는 있다고 봅니다. 즉, '이제 와서 사실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고 뭉뚱그려 모르쇠로 고개돌릴 정도 까진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의거가 1932년입니다. 이 의거에 감복한 장제스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전격적인 지원을 개시했다고들 하고 보통 역사에도 그리 기록되어 가르치고 또한 배우죠.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 후인 1934년과 1938년에 각각 열렸다는 장제스의 강연에서는, 첨부해드린 이미지와 같이 '조선은 우리 중화의 속령으로써 반드시 재탈환해야 한다'는 말이 장제스의 입에서 대놓고 나왔다는 기록이 있네요. 과연 이게 도와준다는 사람이 할 만한 강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혹여 저런 강연들이, 장제스의 본심이 아니라 '우리 독립운동 하기에도 바쁜데 왜 조선 독립까지 우리가 신경써줘야 하느냐'며 염증을 내려는 중국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독려하기 위한 일종의 외교적 수사 기술을 내부적으로 휘두른 것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외부적으로는 어땠는지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요. 흔히들 한국 독립이 국제적으로 태동되기 시작한 역사적 회담이라고 평가하는 카이로 회담 당시의 미 국무부 비밀 전문 기록이라는 FRUS 11월 24일 기록은 이렇다고 하더군요.
“총통(장제스)은 전날 있었던 토의 내용에 대해 매우 만족한 듯하다. 중국이 만주와 한국의 재점령을 포함한 광범위한 야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다(There was no doubt that China had wide aspirations which included the re-occupation of Manchuria and Korea).”
- https://www.joongang.co.kr/article/13150385
이러한 대외 활동에 대한 서구의 평가와 더불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원조와 한국 광복군 창설을 도왔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 중국 국민당 정부의 지휘통제 하에 두려고 획책하며 어떤 면에선 계속 임정과 광복군의 발목을 붙들려고 했다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과연 정말로 우리측을 '선의'로 장제스가 원조했을지는 매우 심도있게 의심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