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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14: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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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례는 중간에서 고증이 잘못되는 바람에, 보존되어야 할 미카 3 - 219 대신 미카 3 - 129가 대신 보존된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이긴 해도, 이제까지의 철도차량 보존의 실태를 생각해보면, 저렇게라도 살아남아 보전되는 게 행운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철도차량 개개의 가치만 놓고 보면 사실 보존 가치가 상당한 차량도(물론 철덕 관점에서는 그렇다는 겁니다.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확신할 수가 없네요 ㅎㅎ;;) 널렸었죠. 그러나, 겨우 [철도박물관보존용]이라는 락카칠까지 되었는데도 끝내 박물관은커녕 자체적인 보존 공간에 입성조차 하지 못하고 고철쪼가리가 된 것이 있는가 하면, 그런 락카칠조차 되지 못하고 그냥 어디 차량정비단의 구석에 방치되어 쓸쓸히 녹슬어가다가 역시 고철쪼가리가 된 것도 많고요. 이런 환경에서 그나마 전국 각지에 전시품으로 보존되거나 철도박물관에 입성할 수 있었던, 아니면 민간 수집가의 개인적인 관심 하에 스크랩처리될 수 있었던, 혹은 해외로 재매각되어 해외에서 보존되었다든지 하는 철도차량들은 매우 행운이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10량짜리 1편성으로 총 2편성이 도입되어 1980년부터 2001년 2월 무렵까지 무궁화호-통일호의 등급 변천을 거치며 청량리 ~ 원주 ~ 제천 ~ 태백 ~ 동해 간에 운행된 우등형 전기동차(EEC)라는 열차가 있어요. 당초 계획대로라면 2001년에 운행 종료 후 그대로 고철로 매각되어 완전히 폐차될 계획이었지만 이 차량의 역사적 가치(해방 이후 한국 철도에서, 광역도시철도가 아닌 일반여객철도로써, 특실과 식당차까지 연결해 운용한 최초의 장거리 여객용 우등 전동열차, 훗날의 누리로나 ITX-새마을 등이 등장하기까지 무려 10여 년이 더 걸렸기에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한 유형의 열차였음.)를 들어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철도청에 무수한 민원을 넣은 덕에 겨우 철도청의 방침을 바꿔 선두칸 1량(9904호)를 살려서 박물관으로 보낼 수 있었다지요.
...사실, 누굴 탓할 문제일까 싶긴 해요.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1899년에 처음 경인선이 개통될 때 도입되어 실제로 운용되었다던 모갈형 증기기관차 실물 차량이 일제 때 조성된 용산 철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가 그대로 해방과 6.25를 거치며 그만 전쟁통에 개박살나며 소실되는 일도 있었으니, 이 땅의 험난한 역사를 생각하면 저렇게나마 보전될 수 있었던 것도 다시금 행운이었다고 봅니다. 컨텐츠가 풍부하고 화려한 일본 각지의 철도박물관(특히, 교토철도박물관이나 사이타마철도박물관이 그렇다지요?)이나 차량 보존 댓수만 생각하면 그 수가 매우 막대하다는 중국의 철도박물관이라든지, 혹은 영국이나 미국의 철도박물관들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철도차량 보존이나 철도박물관의 현실은 상당히 씁쓸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