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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8 23: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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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10살 무렵부터 엄마가 크게 앓으시더니, 그 때부터 건강하셨던 분이 몸이 확 약해지셨어요.
마침 가세도 기울어서 가뜩이나 약한 몸을 이끌고 자식들 건사하겠다고 맞벌이하셔서
가족들은 물론 친척들까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엄마를 지켜보며 매번 걱정하고 그랬죠.
다행히 지금은 오히려 전보다도 더 건강하시지만, 그 때는 엄마가 밥 먹다 체하기만 해도 벌벌 떨었을 때니까요.
근데 그 무렵에 엄마가 저를 불러놓고 하셨던 말씀이,
엄마가 죽으면 네가 엄마 몫까지 다 할 수 있겠냐고, 엄마는 다른 건 걱정 안 되는데 네가 고생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하셨었어요.
그 때까지는 아빠도 성품이 좀 거치셨던 분이라 어린 제가 감당하기가 힘들었었거든요.
바로 연년생인 남동생도 있었는데, 꼭 저만 불러다놓고 저 있을 때만 저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지금도 엄마가 돌아가시면 보험금 수령인은 저로 되어있어요.
아빠는 술이나 퍼마시다가 다 날려먹을 거 같고, 동생은 원체 돈 관념이 없는데다가 속기도 잘 한다고...
아빠랑 동생은 아직도 몰라요. 엄마들 심정으로는 당신이 사라지면 큰딸밖에 믿을 존재가 없나 싶기도 하네요.
저 있을 때만 몰래 알려주셨거든요.
무슨 일 생기면 쓸 비상금이랑 집문서 위치도.
이 글 보면서 무섭다기보다 뭔가 공감이 가면서도 씁쓸해서 괜히 주저리주저리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