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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0 04: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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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힘들고 사람들과 치이고 싸우고 때로는 치킨에 소주를 머시며 분통을 터뜨릴 때에
당시에 엄마가 차려준 밥상이나 도시락은 그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을 나에게 주곤 한다. 그냥 먹고있으면 내새낀데 다 괜찮다고
밥솥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 퍼주는 밥상이다.
한공기에 천원을 낼 필요도 없고 밥알 흘릴까 조심스러워
하지 않아도 되는 눈치 안보는 밥상이다.
그릇이 좀 덜 예쁘고 플라스틱 통이면 어떤가.
엄마가 간을 좀 못보는건 사실이지만 오이지무침과
알타리김치만큼은 그저 보기만 해도 배가부른걸.
사먹는 도시락은 맛도 좋고 편하지만 엄마가 싸준 도시락처럼
편하게 들고 다닐 수도 없거니와 엄마가 만들어준 맛도
아니다. 타지에서 나는 항상 그런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밥이 넘어가지 않을때도 많다.
그래서 난 오늘도 햇반을 꾸역꾸역 라면국물에 말아먹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진짜 드럽게 지겹다.
얼마전까진 그런 그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많이 마시거나
노상 맛난 음식을 찾아다니기위해 애썼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이젠 별로 그런것이 의미가 없다.
엄마가 만들어준게 아니면 아쉬운 2퍼센트정도의
마음은 어떤 음식으로도 채우기 힘든 것 같다.
아. 추석때 올라가면 엄마한테 잡채 해달라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