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득 푸드득, 날개짓 소리. 은빛 깃털 휘날리며 새가 난다. 밤이 깊고, 해가 밝아와도 멈추지 않는 그 날개짓. 김매는 농부의 머리 위로, 낚시하는 어부의 배 위로 난다. 종착지도 없이 훨훨 날으는 저 새는 억압된 적이 없어 자유라는 말도 모른다. 현관에 놓인 은빛 깃털은 저 새의 것. 허나 나는 자유로워본 적이 없어 억압이란 말을 모르겠다.
햇살이 창문을 함부로 넘어와 얼굴에 비친다. 살짝 인상을 구기며 잠에서 깼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이렇게 나 좋다고 찾아오는게 햇살과 바람, 별과 달과 해 말고 누가 있다고, 부대껴사는게 사람들이 사는 법이라지만 족속들, 족속들, 싫은 족속들 뿐 해와 어울리고, 달과 잠이 들고, 별과 사랑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