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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12: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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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라는 말을 항상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마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소설책 등을 별로 읽지 않은... 교양이 부족한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단어는 문맥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객관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부정적이거나 비하적인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소설책 등을 많이 읽어서 풍부한 단어를 알고, 다양한 뉘앙스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시적소에 단어와 뉘앙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머릿속에 단어와 뉘앙스를 담는 그릇이 큰 사람입니다.
반면에 교양이 부족한 사람은 특정 단어를 좁은 의미 한 가지로만 해석하기 때문에 다양한 뉘앙스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따라서 상대방의 문맥을 오해하기 쉽습니다. 즉, ‘시골’이라는 단어를 항상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화내기 쉽습니다.
저는 어릴 때 소설을 읽으면서 ‘볼펜 따위’, ‘지우개 따위’ 같은 표현을 접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따위’라는 단어는 작은 사물들을 가리켜 ‘기타 등등’과 유사한 의미로, 뭉뚱그려서 표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따위’는 주관적인 감정을 담지 않고, 객관적인 의미로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볼펜이나 지우개에게 전혀 화가 나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따위’라는 단어를, 막장 드라마 같은 데에서 ‘너 따위 같은 게 감히 나에게...’라는 식으로, 항상 부정적이고 거칠고 공격적인 단어로만 사용한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무심코 ‘볼펜 따위’라는 표현을 쓰면, 어떻게 자기에게 그런 나쁜 표현을 쓰냐며 불같이 화를 낼 수 있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닐 때 실제로 겪은 사례입니다. 저도 그런 반응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사람은 머릿속에 단어와 뉘앙스를 담는 그릇이 작아서 특정 단어를 좁은 의미로만 받아들이고, 사사건건 오해를 하고 감정이 상하기 쉽습니다. 이런 사람과는 대화가 잘 안 통하죠.
‘시골’이라는 단어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도 이와 똑같습니다. 누구는 긍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이고, 누구는 객관적인 뉘앙스로, 누군가는 부정적이거나 비하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해가 쌓이고 감정이 상하는 것입니다. 어휘 그릇이 제일 작은 사람일수록 감정이 많이 상하고 화도 많이 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