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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0 20: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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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름 모를 익명글에서 이름 모를 익명댓글에서 많은 위로를 얻었어요. 학생이 쓴 글 내용이 참 절절하게 이해되고 와닿아요. 그렇지만 목숨을 버리지는 말아요 제발. 목숨을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모의 절대적인 사랑을 바라는 마음 알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세상의 누구 한 명쯤은 저를 미치도록, 무조건 사랑해주길 바랐어요. 그런데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도 그런 사람은 없었어요. 힘든 과정이었지만 전 그걸 받아들였어요. 대신 제가 사랑을 주는 걸로 대체했어요. 나는 받지 못했지만 교사가 되어 따뜻한 말, 따뜻한 눈빛 하나가 고픈 학생들에게 사랑을 주자 결심했어요. 그런데 신기한게 뭔지 알아요? 내가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니까, 상대방이 그걸 꼭 돌려주지 않아도 잠시나마 나의 노력으로 힘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유되고 살아갈 힘이 생기더라고요. 꼭 내가 준 걸 받지 않아도요. 내가 받을 사랑만 찾아헤매면 세상은 지옥이에요. 저도 이제야,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아주 어렴풋이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학생이 가지고 있는 큰 힘이 뭔지 알아요? 사랑이 결핍되지 않은 채 자란 사람들은 가끔 그 소중함을 모르기도 해요. 학생은 깊고도 깊은 절망을 겪어봤으니 남의 절망도 봐줄줄 아는 사람일 거예요. 실패는 항상 사람을 좌절시키는 것만은 아니에요. 실패를 겪은 사람은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마음을 가지게 되기도 해요. 나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 같이 아파하며 살필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게 되기도 해요. 공부를 잘하는 건 엄청난 재능이고 행운이에요. 그 능력으로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부디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지지 말고 가지고 있는 좋은 점들을 소중하게 대해 주세요. 저도 죽고 싶었고 죽으려고도 해봤고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을 겪었어요. 사실 지금도 다 치료하지 못했고 마음 어딘가에 항상 있고요. 하지만 제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몇몇의 사람들은 결국 그 절망을 이겨내고 타인을 위해 자기의 온 마음을 쓴 사람들이더라고요. 학생도 다 치유되지 못할 것이고 계속 아플 거예요. 그래도 살아요. 살아서 좋은 세상에서 좋은 것도 누리며 살아요. 그런 때도 분명히 와요. 학생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혼자예요. 나의 아픔은 특수하기도 하지만 참 보편적이에요. 누군가가 겪은 아픔이기도 하고 인간의 역사에서 항상 있어왔던 아픔이에요. 문학 속에서 역사 속에서 예술 속에서 그 아팠던 인간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갔는지 찾아보세요. 위로가 돼요 정말로. 찌질하게나마 우리 살아가요. 당장 맛있는 음식 하나 먹으면서 기뻐하고 좋은 날씨에 공원을 산책하며 기뻐해요. 그냥 그렇게 살아가요. 우린 존재 자체로 이미 세상에 필요한 존재예요. 내가 나를 사랑하면 돼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그러다보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괜찮아질 거예요. 죽지 말아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