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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1 11: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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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data&no=2017915
이게 좀 아이러니한 면이 존재하는게...
1. 하드디스크의 크기 문제
세계 최초의 하드디스크는 1956년도에 출시된 RAMAC 입니다.
첨부된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겁나 큽니다. 그냥 에니악에 붙어있는, 에니악에 버금가는 "애드온 시스템" 이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진 뒤에 보이는 서버랙 같은 게 통째로 RAMAC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IBM_305_RAMAC
그리고.
1979년에 8 "인치" 사이즈로 소형화에 성공하게 됩니다.
https://www.computerhistory.org/storageengine/hard-disk-diameter-shrinks-to-eight-inches/
그러나, 이 크기 또한 만만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가 아닙니다.
그나마 "휴대할 수 있는 크기" 라고 생각할 수 있는 5.25 "인치" 하드디스크 ST506/ST412 가 1980년에 출시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ST506/ST412
3.25 인치 규격의 하드디스크가 출시된 건 1980년대 중후반대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들 3.25 인치 규격의 하드디스크만 쓰이고 있습니다만,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5.25 인치 하드디스크를 한국 내에서도 제법 사용할 정도였거든요.
"크기" 만 생각한다면, 1980년대 중후반대 3.25 인치 하드디스크가 출시된 시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2. 하드디스크의 안정성 문제
1990년대 이전의 하드디스크는 운반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미세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충격/흔들림 감지 센서" 라는 걸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약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하드디스크를 이동식 랙에 넣어서 운반할 경우 "뻑날 수도 있다" 라는 걸 감당해야 했습니다.
양손으로 곱게 잡고 조심해서 걸어가는 수준이 아닌 이상 , 미세한 충격과 흔들림 때문에 스핀들 헤드가 디스크 표면을 긁어버리기 십상이었거든요.
저러면 "물리적 손상 / 물리적 배드 섹터" 가 발생하면서 영구적으로 데이터가 죽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극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슬슬 충격/흔들림 대비 설계가 주류 상품에 반영되기 시작한 덕분에 그나마 저렇게 운반하는 게 가능한 겁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ZIP 디스크 등등의 상품이 괜히 출시된 게 아닙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옮겨야 될 데이터를 "플로피 디스켓" 으로 옮기는 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일일이 CD 로 구워서 보내기도 그런 게, 당시 CD 레코딩 드라이브는 거의 대부분 SCSI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용 장비를 구비해야 하는 비용/번거로움에 더해서 CD 레코딩 자체가 그렇게 안정적이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https://www.discwizards.com/history-of-the-cd.htm
- 출시 자체는 1982년도 정도입니다만, 안정화는 "네로 버닝" 이 등장하는 1997년대 언저리...;
좀 더 안정적이지만 "전용 입출력 드라이브 시스템" 을 구비해야 하는 수준인 MO 디스크 시스템을 구비하는 것 또한 상당히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였죠. (오히려 더 고가였...)
2010년대까지 많이 쓰였던 SATA 인터페이스는 고사하고, IDE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CD/MO 레코딩 드라이브가 출시/보급되는 건 대략 1990년대 최후반 언저리였다는 걸 생각해봐도...
물론 "자기 테이프" 라는 게 있긴 합니다,
하지만 덩치와 무게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지금처럼 LTO 포맷이 있던 것도 아니니까...)
"입출력 속도" 라는 변수와, 자기 테이프 관련 시스템을 구비하는데 필요한 비용 부담이라는 것도 생각해봐야 되고요.
- 이건 진짜 RAMAC 이나 다름없습...
https://lameduck.tistory.com/7
이런 문제 때문에 350 메가바이트의 ZIP 드라이브/디스크 가 나오게 된 거죠.
- 1990년대 중후반에 대략 기가바이트 단위가 갓 나오기 시작했던 걸 생각해봐도, 그때 기준이면 합리적인 셈입니다.
그리고, 저 문제는 "배송 수단" 이라는 것 또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우체국 택배" 라는 배송 수단의 신뢰도가 기본적으로 높은 편에 들어갑니다만.
외국의 경우, 그러니까 미국을 기준으로...
최소한 페덱스 이상, 뭣하면 UPS 같은 업체를 쓰지 않는 이상 "배송처에 제대로 도착한다" 자체를 종종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https://www.google.com/search?q=미국+택배+분실
최근에는 UPS 조차 생각보다 분실이 잦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을 정도니까요.
아마존이 괜히 자체 물류 거점을 운용해서 자체 배송 시스템을 돌린 게 아닙니다.
아마존이 대박을 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확실하게 도착한다" 라는 거였으니까요.
그 당시 미국의 택배는 상상 이상으로 "실종"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니까 택배로 보낸다는 건 상상도 못 합니다.
던지고 굴려서 망가졌다 라는 것 이전에, "도착하냐 분실되냐" 의 관점에서 이미 아웃인 거죠.
이러니까 더더욱 사람이 직접 들고 가야 되는데, 플로피 디스켓으로는 너무 부피가 커지는 겁니다.
그렇다고 하드디스크를 그대로 뽑아서 들고 가기에는, "혹여 넘어지기라도 (사람이랑 부딪히기라도 등등) 하면 하드디스크 째..." 라는 문제가 있어서 더더욱 힘드니까.
그러니까 1990년대 중반에 ZIP 디스크라는 게 등장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리고, 이건 200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USB 이동식 드라이브 (Thumb Drive) 라는 물건으로 대체됩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350메가바이트는 정말 보잘것 없는 용량으로 취급되겠지만.
그때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1.44 2hd 5.25 인치 디스켓... 아니 백보 양보해서 3.25 인치 디스켓으로 계산해봐도.
3.25 인치 플로피 디스켓 240 장 정도의 부피를 ZIP 디스크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겁니다.
디스켓 보관 또는 운반할 때, 원래는 10장씩 들어있는 플로피 디스켓 박스에 20장 정도씩 우겨넣어서 보관/운반 해본 분들은 저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 이해하실...
3. 인터넷 속도
1990년대, 아니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가 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뒤떨어진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정말 흔했습니다.
실제는 정반대였던 게,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는 1990년대 후반에 이미 외국을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백보 천보 일억보 양보해도 김대중 대통령에 의한 "초고속 인터넷 도입" 시점 이후인 2000년대 초반부터 확실하게 앞서갔죠.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인터넷 회선 비용 자체가 고가였기 때문에라도 저렇게 초고속 인터넷을 너도 나도 쓸 수 없었습니다.
데이터가 킬로바이트 단위였던 시절에는 전화 - 모뎀 회선으로 연결해서 보내면 되었지만, 메가바이트 단위 이상으로 점점 데이터가 고도화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전화 - 모뎀 회선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것 또한 "전화비!!!" 문제가 심각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러니까 외국에서는 인터넷 카페가 유행한 겁니다.
데이터를 보내야 할 때, 디스켓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거죠.
하지만 메가바이트 단위라고 해도, 10 단위를 넘어 100 단위 이상으로 가버리면 그때부터는 인터넷 카페에서 전송하는 것 또한 부담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이러니까 ZIP 디스크 같은 게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인터넷 속도에 경악하는 이유 중 하나가, "메가바이트 단위" 를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에도 있는 것이고요.
이게 E-스포츠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죠.
https://www.etoday.co.kr/news/view/2134210
해외에서 경기할 때는, "핑문제" 가 아직도 문제가 될 정도니까요.
4. 배송 차량의 안정성 문제
무진동 차량 관련 기술도 많이 발전했습니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나이트 라이더 - 전격 Z 작전" 에서 일종의 이동 본부로 쓰이는 컨테이너 차량을 보면 알 수 있는 게...
사실 그 시대에는 "달리는 컨테이너 차량" 에 컴퓨터 서버를 설치해놓는 건 사실상의 자살행위나 다름없었습니다.
극단적인 저속 주행 상태가 아니면, 주행 중 충격에 하드디스크가 다 작살나기 십상이었거든요.
자기 테이프로 구동되는 시스템이라고 하면 그나마 가능하긴 하지만, 그걸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는 "입출력 속도" 가 과연 가능할지는...
하지만, 지금 시대의 대형 운송 차량에는 "돈만 때려붓는다면!!!" 진동을 거의 없애버리는 수준 또한 구현할 수 있습니다.
https://www.google.com/search?q=컨테이너+저진동
사실 지금은 철도 운송만 하더라도 "진동저감 장치" 가 개발되어있습니다.
http://www.kric.go.kr/jsp/board/portal/sub01/railNewsDetail.jsp?p_id1=M01060101&p_id2=478680&p_id3=2022.05.24
이러니까 저런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거죠.
결론 -
아마존이니까 저런 걸 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내 배송망으로는 "제대로 된 상품 배송이 안 된다" 라고 여겨서 자체 배송망까지 갖추고 있으니까, "그까이꺼 초거대용량이고 나발이고 우리 컨테이너에 서버 넣고 통째로 운송해줄께!!!" 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사실 지금 우리나라 기준으로도 "엑사, 페타" 단위의 데이터 전송은 정말 정신줄 놓은 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