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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05: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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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을 추구하면 예술성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 두가지가 양립 불가능한건 아닙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엔트맨, 가오갤 같이 유머코드 넘치는 다소 가벼운 SF, 스페이스 오페라를 정말 좋아합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도 재밌게 봤지만,
그래도 가오갤을 훨씬 좋아해요. 저는 그런 영화들의 여운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타워즈가 아직까지 그 가치를 인정 받듯이요.
물론 히어로 영화가 상업성의 비중이 크기는 하죠.
저도 어벤져스 시리즈를 아이언맨(엔트맨과 가오갤도 겸사겸사)의 팬서비스 영상이라는 느낌으로 봤습니다.
100% 대박이 확정된 후속작이라 절박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너무 많은 후속작들이 나와서 소재를 쥐어짜낼만큼 쥐어짜낸 탓인지,
아무튼 갈수록 흥행 공식에만 충실하고 진부해지는 면이 있어요.
디즈니의 겨울왕국도 비슷하죠.
겨울왕국2에는 화려한 영상미와 노래, 출생의 비밀,
원주민에 대한 서구 문명의 만행을 고발하는 정치적 올바름 등등 팔릴만한 소재를 마구 때려 넣었고
1편을 훨씬 넘어서는 흥행 수익도 냈지만,
솔직히 재미와 감동은 1편에 훨씬 못미쳤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게 영화가 예술의 지위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뜻은 아니라 봅니다.
물론 영화 시장은 자본의 지배를 받고 있고, 투자자들은 흥행 공식에 충실한 팔릴만한 영화들을 좋아하지만,
어벤져스 시리즈나 겨울왕국2 같은 영화들이 대박 행진을 하는 것은 아이언맨이나 겨울왕국 같은 작품들이 다시금 그 감동을 느끼고 싶은 걸작들이기 때문이지,
히어로 끼워넣은 화려한 팝콘 무비만 찍어낸다고 성공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DC의 저스티스리그가 적나라한 반례로 보여줬습니다.
테마파크 영화에도 그 나름대로 예술적 가치가 있는 거죠.
마틴 스콜세지 옹도 그걸 모르는게 아닐 겁니다.
단지, 테마파크 영화가 그분 개인에게 잘 맞지 않을 뿐이고, 그런 종류 영화만 극장가를 뒤덮는 현상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는 것이겠죠.
'테마파크 영화'가 나빠서가 아니라, 테마파크 영화에는 없는 종류의 감동을 전하는 영화가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런 '감성적이고 심리적 경험을 전달하는 영화'가 얼마든지 흥행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생충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기생충도 미드로 제작된다고 하죠. 꼭 히어로 무비만 후속작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시보고 싶은, 뒷이야기가 궁금한 걸작이 후속작들이 나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