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봐야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헛소리는 아니죠.
뒤샹의 샘도 그렇고, 몬드리안의 컴포지션 연작도 그렇고, 그림이나 작품 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가 중요한게 아니고,
그 작품이 제시하려고 하는 개념과 아이디어가 중요한 거였습니다.
평창에서 화제가 되었던 '모루겠소요' 조각상도 정말 앞뒤 알수 없는 기괴한 조각상으로만 볼 때와,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방황하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이라는 메세지를 이해하고 볼 때 감상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고흐의 작품도 그냥 알록달록한 예쁜 그림으로만 이해하고 있다면,
고흐의 삶을 이해하고 미술사적 의미를 알고 고흐의 작품을 접할때와 느껴지는 감동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친구가 그려준 못생긴 초상화'라는 것도 나에게 가치 있을 수 있는 것은 '친구가 나를 생각하며 그려줬다'는 맥락 속에서 가치를 지니는 거죠.
물론 그런 맥락에서 벗어난 타인이 봤을 때 그 못생긴 초상화가 가치가 없다는 평가도 틀린게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관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맥락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정당화해선 안됩니다.
현대 미술이 방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나치게 다변화되고 복잡해진 맥락을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게 되면서,
대중이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겠지'라며 이해를 포기해버렸기 때문에
'그림의 가격이 곧 그림의 가치'인 자본주의적 논리와 권위주의가 힘을 갖게 된 것입니다.
저는 예술이란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봅니다. 물론 작가가 더 많은 사람을 이해시키고, 감동을 주고 싶다면
그만큼 더 설득력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도 하지만, 감상자 또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귀를 닫고 마음을 닫은채
일말의 노력도 없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