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26
2017-11-12 21:43:08
2
제 댓글이 정리가 잘 안되어서 그런지 논지 전달이 잘 안된것 같은데..
다시 정리하면 논지는 크게 세가지이고, 각각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1.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하드웨어의 발전에 의해 제약되며,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하드웨어의 발전과 분리시켜 비교할만한 객관적인 지표는 없다.
-이건 문화에 대한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관계에 대한 의견입니다.
초호화 그래픽이라는 것은 정신문명의 화려함을 비유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을 직접적으로 뜻한 겁니다.
소프트웨어에도 정량적인 측면-즉 객관적인 수치로 측정하여 비교가 가능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은 대개 하드웨어의 성능에 의존합니다.
예를들어 해상도 1920*1080의 고화질 영상파일이 존재하고 이를 재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도,
모니터의 해상도가 640*480짜리라면 1920*1080의 해상도는 구현되지 않죠.
한편, 정량적인 측면이 아닌, 정성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은 하드웨어 발전 속도와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2D만을 구현하던 그래픽이 3D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발전이지만,
이것이 하드웨어 발전보다 몇배나 발전되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조금 다른 예로,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극적으로 잘 보여준 알파고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바둑에서 인간을 꺾는다는 것은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의 경지로 생각되었고,
이것을 가능하게 한 딥러닝 기술은 분명히 소프트웨어 발전에 있어서 극적인 영역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기술이 극적인 발전을 이뤘음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것이 하드웨어의 발전속도보다 얼마나 빠른 것인지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는 겁니다.
2.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관계는 물질문화-정신문화의 관계로 일대일 대응 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사실 유추에 대한 일반론적인 주장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그 두가지를 똑같이 볼수 없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하드웨어 성능에 의해 제약된다고, 문화와 사상이 산업능력에 의해 꼭 제약된다고는 못한다는 거죠.
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형편 없는 생산력을 가졌던 고대 그리스 문명(물론 당대로서는 훌륭한 생산력을 가졌습니다만)이
꽃 피웠던 문화가 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형편없다고 할 수는 없듯이 말입니다.
3. (정신)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관계에서 발달은 비교적 단순하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의 발달은 극단적으로 단순히 말해, 처리 가능한 정보량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발달은 그것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죠.
정량적으로든 정성적으로든, 비교적 단순히 발달 여부를 말할 수 있습니다.
물질문화-정신문화의 관계에선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산업의 발달이 무엇인지는 비교적 간단히 알수가 있습니다.
생산량이 얼마나 더 늘어나고, 얼마나 더 정교하고 복잡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지,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얼마나 풍요롭게 누릴수 있는지로 알수 있죠.
GDP 같은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정신문화의 발달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애초에 문화가 발달한다는 건 뭘까요.
민족주의의 발흥은 문화가 발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세계시민주의야 말로 더욱 발전한 문화인가요?
독자적인 전통을 발전시키는 것이 문화의 발달일까요? 아니면 세계적으로 보편화 된 기준에 맞추는 것이 문화의 발달일까요?
금기와 성역이 없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문화의 발달일까요? 또는, 중요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금기와 성역은 존재해야 할까요?
크게 보자면, 사람들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기여하는 문화가 좋은 문화이며 발전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문화가 그러한지는 정확히 알수 없다는 거죠.
뉴라이트 역사관, 경제관이 비판 받을 만한 점은 분명히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뉴라이트 역사관이 자신들의 이익과 입맛에 맞는대로 현실 역사를 왜곡해서 인지하는,
심리학적으로 퇴행에 가까운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들을 비판하려면
어떤 역사관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어떤 경제관이 왜 공익에 반하는지를 구체성 있게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문화라는 것은 그런 것들을 함축하는 의미로 말씀하신 것이겠지만, 너무 추상적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