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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5 00: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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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uAmznLee 님/ 평소에 관심있는 주제라서 진지열매 좀 먹었습니다. 오유신입이라 어제는 답글이 더이상 달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글을 따로 올리긴 했는데 님께서 미처 읽지 않은 듯 하여 이제부터 답글이 다시 허용되니 여기에 다시 올립니다. 이해해 주세요.
지난 15년 동안 학업과 직장 때문에 다수의 미국 대학들과 그곳의 식당들을 접해 봤습니다. 언급하신 럿거스도 가봤고 코넬에선 2주 동안 기숙사에 머물면서 세미나도 받아 봤지요. 지난 10년간 미국에선 로컬 푸드와 유기농 음식을 권장하는 음식문화 운동 (Food Movements)이 대학을 중심으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편이고 코넬 대학 등등이 거기에 적극 동참하는 편이라는 것도 알아요. 바람직한 일이지만 아직 대다수의 대학들이 코넬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기엔 대학에 돈이 없는 경우도 많고 채소 위주의 건강식을 외면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음식 낭비가 심해서 좀 시도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먹거리와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미국 출신 대학생들 혹은 외국유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Meal Plan, 대학의 부페 스타일 식당, 고기 위주의 메뉴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곤 합니다. 기숙사에 머무는 신입생들에겐 특히 의무화 되다시피한 Meal Plan을 따르려면 부페 스타일 식당에 갈 수 밖에 없는데 바쁜 스케줄에 쫓겨서 허기진 배를 안고 가면 폭식과 단 음식의 유혹을 참기 힘들다고 합니다. 허겁지겁 윤기 자르르한 피자 몇 개부터 입에 구겨넣고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하기 일쑤라고 하더군요. 서너 시간 넘게 샐러드바에 놓여 있어 시들해져버린 생채소들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차라리 메뉴가 미리 짜여져 있고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먹을 수 있었던 고등학교 때의 카페테리아가 건강에는 훨씬 더 나았다고 하는 미국 출신 학생도 있었습니다.
스테이크, 닭튀김, 햄버거, 피자, 핫도그, 스파게티 앤 밋볼 등이 메인, 젤로, 브라우니, 아이스크림 등등이 디저트로 올라가 있는 원글님의 포스팅이 오유의 베오베에 올라올 만큼 선망의 대상이라는 것이 사실 안타깝습니다. 미국애들(초등학생, 대학생 모두 합쳐서)이 즐기는 미국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이런 식단으로만 일주일 내내 먹으면 고지방의 육류와 고칼로리의 당분+탄수화물을 과다하게 섭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당분과 육류에 길들여진 입맛은 고치기 힘들지요.
덕분에 음식문화 운동에 적극적이고 건강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기숙사의 보잘 것 없는 부엌에서라도 직접 요리를 하려고 하고 기숙사 생활이 의무화 되지 않는 2-3학년에 올라가면 따로 아파트를 얻어 나가 살면서 자기가 먹는 음식을 직접 만들려고 합니다.
저는 차라리 학교에 영양사가 있고 조리사들이 기본적인 재료로 직접 만드는 한국 초중고의 한식 위주의 건강급식이 미국 대학의 부페식 식당보다 훨씬 좋아 보입니다(물론 일부 형편없는 학교 급식은 예외입니다만). 미국 대부분의 초중고는 영양사도 부엌도 없어요.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음식을 배식해주는 런치 레이디만 있지요. 미국 대학들의 식단도 대학의 학생과에서 직접 짜고 기본 재료부터 사서 요리를 한다기 보다는 음식 공급업체랑 계약을 맺고 거기서 제공받는 냉동음식(스테이크, 닭튀김, 햄버거 등등) 혹은 대형 깡통 (스파게티 소스 , 스프 등등) 에 들어있는 재료를 오븐에 데우거나 기름에 튀겨서 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덕분에 종종 미국의 대규모 대학 캠퍼스에서 인기 많은 신선한 먹거리는 외부인이 학교에 임대료를 내고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식당에서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요. 뉴욕주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주립대 캠퍼스에서 점심 시간이면 줄이 제일 긴 곳이 한국 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이었어요. 주인 아저씨는 한국에서 일식 요리를 전공하셨다고 하는데 즉석에서 볶아내는 볶음밥, 덮밥 등이 한국 유학생들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였습니다. 1년 넘게 머물렀던 남부 캘리포니아의 한 캠퍼스에선 베트남 이민자가 운영하는 국수집이 상당히 인기 있었습니다.
좋은 예라고 드셨던 코넬에서 2주 머물 때 저랑 같이 세미나를 받던 분들(저만 한국 출신이었는데 채식하시는 분들도 많고 먹거리에 상당히 신경쓰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죠)은 그 좋다는 코넬 대학 식당을 마다하고 점심 시간이면 10-15분 넘게 언덕을 걸어 내려가서 캠퍼스 밖의 식당에서 점심을 드시더군요. 가장 인기 많았던 식당은 신선한 채소를 맛깔스럽게 만들어내는 타이 식당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