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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4 03: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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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 수 없다. 드라이어스. 4단합체 로보트! 슈퍼빌드타이거가 너를 무찔러주마!"
"으아앙!"
"푸악- 쾅! 쾅!"
일요일 아침부터 아들 녀석들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 소리에 애들 방으로 가보니,
베개를 세워 만든 아지트 안에서 큰 녀석이 생일 선물로 사준 로봇를 가지고 놀고 있었고,
작은 녀석은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아침부터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으아앙! 아빠!"
"왜? 형이 괴롭혔어?"
울며 내게 매달리는 작은 녀석을 들어 올리자 녀석은 내 어깨에 얼굴을 박고는
"나도! 나도 로보트!"
라고 칭얼거렸다.
자기도 로브트를 갖고 놀고 싶은데 지 형이 베개로 만든 아지트에 들어가서는 다가오지 못하게 해서 그만 뿔이 난 것이다.
"뚝! 그만 울고 만화잔치 보자."
"으아앙! 나도 로보트!"
작은 녀석이 단단히 뿔이 났는지 만화를 보자고 해도 칭얼거린다.
얼마나 크게 우는지 속이 다 울릴 정도다.
아침 준비를 하던 아내도 시끄러웠는지 애들 방앞에서 내게 물었다.
"왜 또 그래요?"
"자기도 로보트 사달라고."
"하아- 재민이 너 그만 안 그쳐."
"으아앙!"
아내의 꾸지람에 작은 녀석은 완전히 대성통곡이다.
아침 일찍 공복에도 어떻게 이리 크게 우는지 신기할 정도다.
"에휴- 재민이 뚝! 아빠가 로보트 사줄테니까. 뚝!"
"여보!"
"으- 찐짜?"
내 말에 아내가 놀라며 소리쳤고, 작은 녀석은 고개를 빼짝 들고는 눈을 똥그랗게 떴다.
"대신 엄마 말 잘 듣고, 심부름도 잘하고, 해피 산책도 재민이가 시켜주면 아빠가 로보트 사줄게."
"찐짜로?"
작은 녀석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아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젖고는 마저 아침 준비를 하러 간다.
"재민이 다간 좋아하지?"
"응!"
"그거 사줄게."
언제 울었냐는 듯 팔을 흔들어 대는 녀석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아빠가 말한 대로 엄마 말 잘 들을 수 있지?"
"응!"
"녀석 대답은 1등이네."
"헤헤-"
어느새 눈물을 뚝 그친 녀석을 내려놓자 이제야 만족했는지.
"만화잔치!"
하면 TV 앞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내 허리를 큰 녀석이 툭툭 치며 말한다.
"아빠! 나는 세븐체인져!"
"뭐?"
당연하다는 듯 씨-익 웃는 큰 녀석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다음 달에는 친구들과 술 한잔 못 마실 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