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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9 23: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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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떤 생물학적,화학적 차원에서 몸에 해를 끼치는 성질을 의미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신체 내에 있는 RANKL이라는 protein은 macrophage 같은 백혈구들이 osteoclast로 분화하는 걸 촉진합니다. osteoclast는 뼈의 파괴에 관여하는 cell이에요. 적당량의 RANKL과 적당량의 osteoclast는 뼈를 적절하게 파괴해서 osteoblast가 새로운 뼈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우리 몸의 뼈들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데요. RANKL이 너무 많아지면 osteoclast도 너무 많아지고, 뼈가 지나치게 파괴돼서 골다공증이 생깁니다. 최근 암센터에서 RANKL을 targeting하는 antibody를 개발해서 골다공증 치료에 쓰는데요.
이 때 이 antibody는 적당량 투여하면 약이 되겠지만, 과다하게 투여하면 '독성'을 가지게 될 겁니다.
마찬가지로 RANKL도 적당량 있을 때는 괜찮지만, 과다해지면 '독성'이 생기는 셈이죠. osteoclast가 지나치게 많아지게 하니까요.
맛에 독성이 있다라고 표현한다면
그 '맛'이라는 signal의 근원인 어떤 물질에 독성이 있다는 뜻이 될 거예요.
단 맛, 쓴 맛, 떫은 맛, 신 맛, 이런 '맛'들의 근원은 결국 혀에 있는 receptor들에 달려있습니다. 그들의 diversity와 specificity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거죠. 예를 들어서 A라는 물질은 a라는 혀의 receptor에 의해서만 인식되고, 이 receptor가 A를 인식했을 때 '단 맛'의 signal이 뇌로 전달되어서 우리가 단 맛을 인지한다고 치면, B라는 물질은 b, C라는 물질은 c, D라는 물질은 d receptor들에 의해서 각각 인식되어 다양한 맛들을 전달하게 될 겁니다.
결국 이러한 signal의 시작은 A, B, C, D 같은 특정 맛을 유발하는 '물질들'이구요. 근데 A, B, C, D, ... 로 이어지는 모든 맛을 유발하는 물질들이 전부 독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뭐 걔들도 과다복용하면 독성을 가지긴 하겠죠. 포도당도 한 번에 몇 kg씩 먹어보세요 죽어요.. 그런데 '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얘기한다면 '독성을 띈다.'라는 표현과는 서로 모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영향을 주지 않는데 독성을 가질 수는 없죠.
또 수업 시간에 교수님한테 들은 것 중에 인상적이었던 게 하나 떠올라서 적을게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날 서울대병원에서 "비타민C를 가능한 많이 먹으라."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side effects는 전혀 없으면서 노화 방지 등 각종 역할들을 해낸다구요. "얼마나 먹어야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설사하기 직전까지 드세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ㅋㅋㅋ 진짠지는 모르겠어요. 어쟀든 뭐 그게 사실이라면, 비타민C의 '신 맛'은 독성이 없다고 봐야겠죠? 설사하기 직전까지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