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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8 12: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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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매매를 규제하는 데는 찬성하는 입장인데 솔직히 본문의 '논리'가 너무 부족하네요
예를 들면 '자유이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라는 명제에 대해서 개인의 자유에 대해 논박하지는 않고 성매매의 폐해에 대해서만 줄줄 늘어놓고 있어요. 만약 이러이러한 폐해들 때문에 성매매할 자유를 규제해야된다.라는 논리를 펴려면 그 둘의 필연성을 입증하는 게 우선이겠죠. 즉, 인신매매 납치 등의 문제가 성매매와 관계되어 발생한다면 1.성매매를 규제하고 있는 지금은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 2.인신매매 납치 등만을 규제할 수는 없는가(예컨대 공창제 등을 시행해서 신원과 자의성이 확실한 여성만을 고용한다든지)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는 성매매를 논리적으로는 규제할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우리가 사는 곳이 자유국가이기 때문이죠. 더 이상 국가나 사회 같은 구조적인 차원의 규범, 관습, 질서 따위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힘이 없습니다. 존스튜어트밀도 얘기하잖아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자유는 극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A라는 남자와 B라는 여자가 자의적으로 돈을 주고받고 관계를 가진다면 그들의 자유 행위는 그 밖의 누구의 자유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만 하는 겁니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우리에게 없다는 거예요.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라는 말도 기만적인 둘러대기에 불과합니다. 이는 여성이 자신의 직업을 성노동자로 선택할 주체적인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여성을 남성의 보호, 또는 착취 대상인 객체로 전락시키는 말이에요. 성매매는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인데, 여성은 성매매로부터 자신의 인권을 지킬 능력이 없으니까 사회가 보호해주어야 한다. 라는 식의 논리인 거죠. 이 경우에 그 여성이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다는 주장도 별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여성이 얼마나 많은데요.
결국 여성 인권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납치', '인신매매' 따위의 문제들인데, 상식적으로 공창제가 시행되었을 때와 현재처럼 법을 피해서 음지에서 행해질 때, 둘 중 어느 경우에 이러한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할까요? 공무원들이 자의로 오는 여성들을 마다하고 조폭들로부터 여성을 인신매매하기에는 그들이 짊어질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음지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판을 피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인권적 차원'에서 더 논의를 해보자면 이런 라디칼한 질문도 가능합니다 "선천적으로 반신불수인 장애인으로 태어난 남성이 있는데, 이 남성의 경우 다른 남성들과 정상적으로 경쟁해서 여성을 만날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그럼 그 장애인은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평생 혼자 자위나 하다 죽어야 하는가. 이는 인권적 차원에서 옳은 일인가? 만약 그가 돈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 성매매를 하고싶어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녀와 장애인 남성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자유국가, 인권국가로서 정의로운 행동이 아닌가?"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 성매매 불법화는 그 논리를 지탱할 수 있는 근거들을 계속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부터 상당한 준거를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도덕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제가 성매매 합법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을 지나치게 도구화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얘기한 A라는 남성과 B라는 여성이 성매매 관계를 갖는 것은 A라는 자본가가 B라는 노동자와 고용인, 피고용인의 관계를 맺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자본주의 사회는 이미 인간을 도구로 만들고 있지만, '성'이라는 것은 인간의 모든 행위들 중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고지마저 자본이라는 제국에 볼모로 넘긴다면 인간의 '몸'이라는 것은 정말로 이데올로기와 도구 이성들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는 굉장히 철학적인 아젠다이긴 합니다만, '논리적' 측면에서는 많이 허술합니다. 성이라는 게 생명력이 강하다는 주장이 우리의 직관에 기초하는 진술일 뿐, 입증가능한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러한 부분에서 더 많은 보강이 필요할 겁니다.
성매매 합법화 문제는 아주 철학적인 논제이기 때문에 본문처럼 두루뭉술하게 블로그나 칼럼 따위에서 1차출처도 확실치 않은 데이터들을 함부로 긁어와서 논지를 전개하면 굉장히 공격받기 쉬운 글이 됩니다. 더 철저하고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