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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31 18: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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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제 본문의 자유론은 결국 '욕망이 없으면 자유로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회귀되기도 합니다. 라르스 스벤젠이라는 철학자가 쓴 <자유를 말하다>라는 책을 읽어보았었는데, 저자는 테일러를 비판하면서 벌린의 자유론에 동의합니다. 그 때 저자가 사용했던 질문 중 하나가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는 사람은 쇠사슬에 묶여있을 때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이었는데요. 같은 질문이 제 자유론에도 적용될 겁니다. fishCutlet님이 지적해주신 바도 맞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지는 욕망의 무한한 충족이라는 것을 진정한 자유로 정의한다고 했을 때, 그 자유에 도달한 신과 같은 상태는 역설적으로 욕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데 제 자유론에서는 욕망이 없으면 자유로운 게 맞습니다.
스벤젠이 예시로 들었던, 쇠사슬에 묶여있지만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는 사람의 경우, 문제 설정에 약간 오류가 있는데, 쇠사슬에 묶인 상태로 탈출하려는 욕망이 없는 인간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인간을 우리가 상상 속에서 만든다고 한다면 그는 자유로울 겁니다. 예를 들어서 탈출 욕구가 있는 개나 고양이를 묶어놓았다면 그 동물은 자유롭지 않겠지만, 나무를 쇠사슬로 칭칭 감았다고 생각해봅시다. 나무는 애초부터 움직임에 대한 생리적인 욕구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나무를 쇠사슬로 감아놓았다고 해서 나무가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을 겁니다. 이처럼, 어떤 인간이 모든 욕망을 초월할 수 있다면 그는 완벽하게 자유로워집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자유 역시 같은 맥락에 있는 자유론이라고 생각됩니다. 스님의 경우는 소유물들을 모두 버림으로써 소유에서 생기는 모든 욕망을 제거하여 자유로워지는 것이었죠. 그와 같은 궁극적인 자유의 상태는 공허하다는 것도 타당한 말씀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공허하다거나, 흥미가 없다거나, 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논거들이 그것을 자유로 설정해선 안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는데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이 제게는 자유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 하는 사실 판단의 도중에 자유에 대한 가치 판단이 개입한 상황처럼 느껴집니다.
선택지를 벗어나는 자유를 도출하는 과정이 제약하에 있었다는 말씀에 대해서도 답변을 해보자면, 제 자유론은 개인만의 자유론이라기보다 공동체의 자유론이기도 합니다. 공동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온갖 물리적인 제약 조건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치러야 하는 대가들 역시 자유를 선택한 책임이 아니냐는 비판은 타당한 비판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기존의 밀식 자유론들에서 논의되던 책임의 자유 개념과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됩니다. 책임의 주체가 공동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주장의 핵심 요지가 그것이거든요, 개인은 자유를 누리고 그 책임은 공동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양은 지금 당장 비용 없이 무한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누리는 자유의 양은 '전에 비해 많은' 것이고, 그것을 공동 구매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