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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6 00: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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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님이 예로 들어주신 것처럼, 다크나이트를 해석할 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끌어들이면 프로이트만 남고 다크나이트는 사라진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다만 제가 혼란스러운 부분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 예술이라는 것이 과학과 달리 대중에게 뿌리를 두고 있으며, 대중이나 현실 세계와 상당한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발달한다는 이유에섭니다. 예컨대, 영화 <카트>를 홈플러스 노조원의 입장에서 해석하였을 때, 혹은 '노동법'의 관점, 또는 '법학'의 관점에서 해석하였을 때, 그것이 작품 외적인 요소를 끌어들인 해석이니 수전손택의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둘째, 저는 결국 모든 학문은 인간과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예컨대 저는 생명공학 전공자이지만 철학도 좋아하고 문학도 좋아하고 경제학이나 법학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학문들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결국 그들의 탐구 대상은 동일하고 다만 그것들을 연구하는 방법 또는 기술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학문으로 나뉜다고 생각되거든요. 단적인 예로 '철학'이 그 학문의 역사 전반에 걸쳐서 그토록 미친 듯 찾아헤매던 '실체'를 가장 근접하게 탐구하는 학문은 현재 '물리학'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예술 역시 그들이 탐구하려는 세계가 결국 다른 학문들이 탐구하려는 세계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번에 읽은 단편 소설 중에, 죽은 아내가 유령이 되어서 집 거실에 나타나버린 소설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남자는 아내를 여기저기 숨기고 나중에는 베란다의 커다란 봉투 속에다 넣어놓고 방에서 새로 만나는 여자와 잠자리를 가져요. 수상 소감에서 작가는 "인간의 정신보다 몸만이 주목받고, 인간이 상품화되는 현 시대를 조망하고 싶었다."는 식으로 얘길 했었는데요. 저는 그 작품을 읽으면서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몸'과 '정신'의 관계와 그들의 가치 등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몸이 주목받으며 인간이 상품화된다는 식의 주제를 가지고 해당 작품을 비평하는 글을 썼다면, 저는 잘못 비평한 것이 되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셋째, 예술 작품의 해석에 있어서 해당 작품 외적인 것들을 끌어와 작품에 대고 비교하는 식의 해석들과, 작품 내에서만 모든 해석을 다 하는 것을 비교하면, 후자의 해석 범위가 훨씬 좁을 것 같은데요. 왜냐면 전자의 해석법을 따를 때, 그것이 '작품 내에서만 모든 해석을 다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기 때문이죠... 굳이 예술의 해석 범위를 좁게 잡아 축소시킬 필요가 있을지, 즉, '프로이트보다 다크나이트를 살리는 것'이 그처럼 가치있는 일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