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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0 03: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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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 이란, 이라크 같은 중동 나라들 전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하질 않았던 나라들입니다. 그 지역은 당시 오스만 튀르크라는 거대한 다민족 제국이 굉장히 오랜 기간 통치하고 있었는데, 1차 세계 대전에서 오스만 튀르크가 영국과 독일 사이에서 살벌한 줄타기를 하다가 결국 독일의 편에 서게 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죠..
그런데 연합국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전에, 영국군은 그들이 승리하기 전에 휴전을 맺게 될 경우, 팔레스타인 지역을 독일이 먹을까봐 두려워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쪽 지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지역이며, 수에즈 운하와도 가깝고, 영국과 인도를 이어주는 길목이었기 때문입니다.. 영국군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친영 정부'를 수립하려는 공작을 펼치게 되었는데, 그게 벨푸어 선언입니다. 영국군은 예루살렘 지역을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의 1/6에 지나지 않았던 유대인들에게 주면서 그 지역을 유대인의 독립국가 이스라엘로 인정해줍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오스만이 해체된 후, 그 광활한 지역을 통째로 먹게 된 영국은 세계 최강 제국의 지위를 가진 채로, 프랑스 미국 등 승전국들과 땅을 나누는데, 이 과정을 보면 영국 프랑스 등 열강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서 위도 경도 따위를 기준으로, 마치 지도에 자를 대고 선을 긋듯이 국경을 나눠놓은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나누어진 국경선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국가들이 이란, 이라크 같은 현대 중동 국가들입니다. 그들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탄생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민족 국가로써의 정체성도 불분명하고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데 오스만 제국이 그 다민족들을 전부 통치하던 시절, 그들을 유일하게 하나로 묶어주는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종교'였습니다. 그들 모두 무슬림이었죠. 오스만 해체 직전 즈음 해서는 이미 종교적으로도 많이 분열된 상태였지만, 최소한 무슬림이 가장 지배적인 종교이기는 했습니다.
따라서 안 그래도 불안정한 중동 국가들에게 유대인들로 가득한 기독교 국가 이스라엘은 존재 자체가 증오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결국 이스라엘을 인정할 수 없었던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했고, 이 전쟁 국가들 상당수가 '군부 독재 정권'의 길을 걷게 됩니다. 당연히 전쟁 중이니까 군부가 힘이 셀 거고, 정치도 좌지우지 하면서 독재를 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가 '시리아'입니다.
그리고 중동전쟁들은 전부 이스라엘이 이깁니다. 그들은 영미의 보호를 받고 있었으니까요.
이후에 '아랍의 봄'이라고 불리는, "아랍에도 민주 국가를 만들자" 하는 운동이 중동에서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독재 정부와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반군'이 됩니다. 시리아 내전도 그렇게 일어나게 되었죠... 시리아 난민도 그렇게 발생하게 된 것이고요.
근데 여기에 종교적인 배경이 같이 맞물리게 되는데,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중동 국가들의 탄생 배경들이 모두 서구 열강의 손아귀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보니, 그들은 민족 국가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고, 종교적인 갈등도 매우 심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 지역에서 "아랍인만의,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자."는 주장은 상당히 강력한 세력을 모음직한 주장이 되겠지요... 그게 IS의 대외적인,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시리아 군부 독재에게 탄압받은 반군들도 상당수 IS의 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IS가 마치 독립투사처럼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테러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조선이 일제강점기 때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단 한 번이라도 자행한 적이 있었나요. 우리 선조들의 인권 의식과 애국심이 그 정도였습니다. 국뽕이라고 저를 놀릴 수도 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좀 경탄스럽긴 합니다. 얘기가 좀 샜는데, 어쨌거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절대 지탄받아야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프랑스 테러 희생자들에 대해서 추모하는 것도 명백하게 ‘바람직’합니다.
다만, 우리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유럽과 중동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이 땅에서, 마치 제 3자의 입장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우리가 중동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와 기아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피부로 체감을 하지 못하면서 프랑스 테러에 대해서는 유독 슬퍼한다는 겁니다. 물론 우리에게 프랑스가 더 친숙하니까 그러는 건 이해가 됩니다. 파리에 추억이 있는 사람도 있을 거고, 파리에 다녀온 사람도 있을 거고요. 아니면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겠죠. 아니면 지인이 그곳에 산다든지요. 훨씬 친숙한 이미지여서 더 슬퍼하는 것은 타당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과 당위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파리가 중동 국가들에 비해서 더 친숙하기 때문에 더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들에 대해서 더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이 바람직한 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역시 중동 국가들처럼 강대국에 의해 식민지배 당한 아픔을 겪었던 나라이기 때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