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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4 15: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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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유행어는 사당오락이었음.
네(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다섯(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얘기였음.
내가 고등학생 땐 삼당사락이었음.
세시간 자면 붙고, 네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얘기임.
아침 6시에 우리집 쫄랑이가 날 깨우면 대충 눈꼽만 떼고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 세개(아침, 점심, 저녁) 들고 버스정류장으로 뜀.
6시 30분 이전에는 버스를 타야 학교에 늦지 않게 도착함.
0교시 전에 아침자율학습이란 빌어먹을 병.신 짓거리를 해야 했음.
아침에 잠에서 막 깼을 때가 머리가 제일 맑을 때라며 X나게 공부를 시켰음.
수업 끝나고 저녁 도시락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면 야간자율학습을 함.
다들 알겠지만 말만 자율이고 전교생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강제학습임.
정문에 나가면 학원차, 독서실차들이 정신없이 애들을 실어나름.
학원, 독서실 까지 끝나고 나면 새벽 1~2시임.
그때 집에 와서 씻고 정리하고 나면 새벽 3시임.
잠깐 기절했다가 쫄랑이가 깨우면 좀비처럼 또 일어나서 반복하는 거임.
그 정신 나간 짓거리를 30년이 지난 21세기에도 하고 있음.
난 우리 민족이 머리가 좋다는 건 동의하지만
머리가 좋아서 학업 성취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말은 동의하지 않음.
애들을 하루에 18시간 씩 공부 시키는데 이정도 성적 안 나오면 그게 이상한 거임.
이게 문제가 되는 게,
공부를 시간과 양으로만 승부를 보려던 근성이 노동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됨.
그러다보니 전세계에서 노동시간 길기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임.
이 병.신들은 노동시간 줄이면 우리나라 망한다고 생각함.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애저녁에 3차 산업 중심으로 개편되었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하고 있는 마당에
아직도 대가리에 새벽별 보며 논에 물 대고 다니던 전근대적인 생각만 가득 차 있음.
우리나라에서 가장 진보적인 산업 현장은 노가다판임.
적어도 노가다판에선 하루 8시간을 정확하게 지킴.
그 이상 일 시키면 당연히 그만큼 보수를 더 지급해야 함.
그거 하나라도 안 지키면 폭동 일어남.
우리나라 모든 산업 현장에서 노가다판 만큼만 해주면
워라밸이니 뭐니 굳이 입 아프게 떠들 필요도 없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