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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3 15: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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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5년 무렵에 군대에 사무용 컴퓨터란 게 처음 들어왔음.
그땐 ‘하나워드’란 걸 썼음.
근데, 얘가 워낙 기능이 제한적이라 있으나마나였음.
그래서 군대에선 불법 소프트웨어였던
‘한글 2.0’을 구해다 문서를 만들었음.
몰래 쓰다 걸려서 뺏기기도 여러번 뺏겼는데,
이미 한글로 만든 문서에 길들여진 장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커버쳐줘서 처벌도 안 받고
우리배에서만 계속 쓸 수 있었음.
당시엔 정해진 양식이 따로 없어서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면 됐는데,
나는… 군대 문서를… 엄청 화려하게 만들었음.
표랑 그래프도 막 집어넣고,
표에다 색깔도 막 칠하고,
표지도 엄청 화려하게 만들고 그랬음.
그렇다고 떡칠을 한 건 아니고…
약간 각잡힌 화려함???
근데, 어느날 우리 포술장(대위)이
내가 만든 문서를 갖고 전단에 갔다가 전단장(준장) 이하
영관급 장교들 한테 걸렸음.
이 문서 만든놈이 누구며, 어떤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냐고 추궁을 한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봤다고 함.
그래서 한동안 우리 행정병이랑 전대, 전단 돌면서
내가 주로 사용하는 양식을 전수해주고 옴.
그리고 얼마 안 돼서 한글 프로그램이 정식 인가를 받음.
그때 내가 표지 아래에
“대한민국해군 OO함”쓰고 줄 긋고 아래에다가
“ROK NAVY PCC 761”이라고 쓰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 해군에서 쓰는 로고가 이걸 응용한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