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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0 14: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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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설명님...
제가 아주 예전에 제 방에 칼을 들고 난입한 놈을 제압한 적이 있어요.
칼을 빼앗고 그놈을 바깥으로 던졌거든요.
그런데 그놈이 어디서 칼을 또 들고 나타났어요.
그 칼도 빼앗고 또 패대기를 쳤는데,
이번엔 마당 한켠에 쌓여있던 벽돌을 집어던지더군요.
그놈은, 흉기를 빼앗겼다고 해서 저에 대한 공격의지가 꺾인 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그놈을 흠씬 두들겨 팼더라면 저는 과잉방어로 처벌 받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놈은 저를 두 번이나 칼로 공격했지만 두 번 다 칼을 빼앗겼고
벽돌을 집어던졌지만 그 공격도 무력화 됐거든요.
다시 돌아가서,
흉기를 들고 있는 놈이,
그 흉기로 나를 죽이려고 하는지, 그냥 겁만 주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고
다만 흉기 앞에 마주선 나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또한 흉기를 든 놈에게 흉기가 그거 하나인 지도 분명치 않고,
흉기를 빼앗긴 후에 나를 공격할 의사가 사라졌는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우리 법과 법원에서는 가해자의 의도성을 추측해서 정당방위에 관한 판결을 내리는데,
이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겁니다.
피해자가 처한 당시 상황만을 가지고 판단해야 합니다.
가해자의 의도가 분명치 않은 반면, 피해자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내 생명을 지켜야겠다는 의도만 있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공격의지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고
피해자가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건 의도가 명확치 않은 가해자를 항거 불능에 빠트림으로써 가능한 얘깁니다.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패든가, 기절 시키든가, 죽이든가가 되겠죠.
칼에 찔리고 스스로 112에 신고도 할 수 없을 정도라면
가해자를 제압하는 건 고사하고 죽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인 겁니다.
나의 생명을 해하려는 공격이 있을 때,
가해자를 무력화 시키기 위한 방어 목적의 공격에 대해서는
어떤 상황이든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더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