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0
2015-01-29 23:33:45
20
쓰면 쓸수록 바보가 되어간다.
시구를 하나씩 완성해가며
나는 화가 났고 슬펐다.
내가 쓰는 글자 하나하나가
미숙하고 못 미더웠다.
그 누군가가 나의 글자를
알아주지 않는 것이 슬펐고
나의 글을 무시하고 욕할 때
알지 못하는 것이 화가났다.
글을 쓰며 나는 바보가 되었다.
무의미하게 나는 변해갔다.
남을 위해 쓴다는 핑계로
나를 위해 써가기 시작하고
나를 위해서 쓴다는 시조차
남의 눈치를 바라보며 써갔다.
거울에 비친 시를 쓰는 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조금씩 나는 내 거울을 깨고자 한다.
오지 않은 미래의 나를 바라보기엔
쓰지 못한 시간들이 너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