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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4 15: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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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아버지가 경기도에서 10위 안에 드는 건설회사 운영하셨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동창들은 그런 저를 매우 부러워 했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까지는 매우 힘들었었습니다.
이전에 어느 글의 댓글에 언급한적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때는 교실 뒤에서 무릎꿇고 앉아서 울고 있고 담임 선생님이 슬리퍼 신은 발로 제 허벅지를 걷어차면서 '뭐 이런게 다 있어!' 라고 했었던 기억이 아주 선명합니다. 하지만, 집에 잘 살기 시작하더니 선생님들이 제 눈치를 보더군요... 중고등학교때는 저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학주 샘이 제일 고학년의 잘나가는 형들한테 저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답니다. 나중에 졸업하고 노는 부류에 속한 친구가 얘기해줘서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가정사도 우여곡절이 많았고 아버지는 돈에 한이 돼서 쉬는날도 없이 정말 무섭게 일하셨고 회사가 크게 성장했었습니다.
남들 다 쓰러져가는 IMF 도 잘 이겨내셨지만 제가 성인이 되고 회사가 힘들어지자 억지로 버티기보단 사업을 모두 정리하시고 자신의 이익은 줄여서 어음도 모두 정리하시고 빚 한푼 없이 회사를 정리하셨습니다.
그 와중에도 가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비록 명절에도 하루 이틀만 쉬고 평소엔 일요일까지 일만 하셨지만, 저녁은 될 수 있으면 가족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시고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간 뒤엔 매년은 아니더라도 2~3년에 한번씩은 가족들과 여행가려고 노력하셨었습니다.
지금도 건설업계 전망과 부동산 전망은 신기하리만큼 통찰력이 뛰어나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크게 사업하시던 분이 지금은 공공장기전세임대에 거주하고 피트니스 회원권보다 주민센터 체육관이 더 싸다고 그쪽으로 이용하십니다.
온수 비용 아깝다고 집에선 샤워도 잘 안하시구요...
저는 본문의 내용을 선택하라면 돈 많은 아빠도 좋긴 하지만 화목하고 조금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가정을 선택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너무 고되게 사신것만 같아서 집에서는 편하게 쉬실 수 있는 가정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잘 나가도 언젠가는 위기가 오기 마련이고, 그 위기를 함께 이겨낼 사람이 없다면 아주 고통스러울겁니다.
제가 너무 어려서 그런 고통을 혼자 감내하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면 차라리 돈 좀 없더라도 집에서 가족들을 보면서 편안히 웃을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더 좋지 않았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한때 잘나갔던 집도 지금은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 발버둥칩니다.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리고 저는 10년 넘게 해외로또를 매주 구입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