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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2 20: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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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동경제학에서 많이 논의되는 내용이라 별반 새삼스런 논쟁거리는 아닙니다. 노동시장은 정보비대칭적 시장인 게 핵심입니다.
기본적으로 노동 수요자(채용담당자)가 공급자(구직자)에 비해 심각하게 정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채용 후 수어년 실무를 맡겨봐야 그 당시의 채용이 적합했는지가 겨우 판별되는, 역선택의 위험이 매우 큰 시장입니다.
하필 구직자가 구직과정에서 자신의 특성을 속이기도 쉽습니다. 특히 면접장에서 한탕 잘 튀어보자는 식으로 인스턴트 모범생이 될 유인이 매우 크지요. 그렇기에 채용담당자 입장에서는 구직자의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여 침수차 같은 구직자를 피하려고 하지요. 혹은 숨은 진주를 캐거나...
학벌은 여기서 사용되는 정보 중 하나입니다.
결국 학벌은 노동시장에선 역선택을 방지하는 강력한 신호수단 중 하나입니다. 학창시절을 성실하게 보내 온 학생이 직장생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균적인' 기대는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는 꼽사리 낀 사람이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더불어 미시적으로는 '공부한 게 아까워서(+대학 등록금)'라도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임금을 높게 책정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추가로 학벌이 사회적인 평판으로 작용한다면 도덕적 해이까지도 방비를 하게 해줍니다. 자기 학교와 출신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채용 후에도 열심히 일할 유인이 생긴다는 거죠. 물론 이건 미시적인 관점이고 현세태에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많이 작용하고 있겠죠. 직장에서도
...뭐 그래서 구직자의 눈이 높다고, 제대로된 직장이 없다며, 구직난과 실업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면, 노동시장이 글러먹은 거지 채용담당자나 구직자가 도의적으로 잘못된 건 아닙니다. 이는 잡-미스매칭이라 해서 꽤 중요한 노동시장 문제입니다.
여기서 가치판단을 할 영역은 별로 없습니다. 학벌을 절대적으로 여기든, 현실의 역학관계를 무시하든 모두 순진한 발상일 뿐입니다. 학벌에 대한 자신의 개똥철학을 퍼뜨리는 것만 피하면 그만이며, 학벌을 두고 자만할 필요도,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도 없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엔 되려 학벌로 뽑았다가 역으로 파토나는 케이스가 쌓이면서 왠만한 곳에는 채용시험이나 인턴십을 따로 진행합니다. 쿼터까지 있다는 잔소문도 있지요...
그저 사회에 암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학벌에 대한 선입견, 그리고 학벌 카르텔이 혁파대상이 될 따름입니다. 막연한 학벌에 대한 증오는 되려 프레임에 갇히기 쉬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