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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13: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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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2번은 이미 출사표 내에서 제갈량이 직접 비판합니다. 서촉에 틀어박히면 당장의 화는 피하지만 결국은 멸망할 거라고 주장했으며, 이는 제갈량 사후 실현됩니다. 그리고 서촉이 그렇게까지 빈곤한 지역도 아니었고, 제갈량의 북벌 또한 위나라의 멸망이 아니라 옹양지역으로의 세력확장이라고 보면 전략적으로 무모한 출정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가 완벽초인은 아니었기에 촉한의 구조적 한계에 부딛히면서 차례로 좌절되지요.
그리고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1차 북벌은 사마의가 아니라 조진에 의해서 좌절됩니다. 사마의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를 대체할 인물이 썩어넘치는 게 위나라였죠. 사실 사마의만 없었어도 장합이 전사하진 않았겠죠. 사마의도 유능한 인재일 뿐 결국은 사람이란 겁니다.
제갈량과 관우가 대립했다는 건 이문열 작가가 남긴 썰에 불과한데 어째 사실처럼 여겨지는군요. 한중쟁탈전과 관우의 북상의 시기와 맥락을 본다면 이어서 이야기할 계제가 못됩니다. 애초에 제갈량이 관우를 모함할 근거도 없거니와 정말 갑작스럽게 터진 사태이고 하니까요. 관우가 초전에 그렇게 성공할줄은, 그리고 그 성공이 파멸로 이끌 줄은 당대의 누구도 몰랐을 겁니다. 최악의 결과로 형주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북벌을 처절하게 진행한 걸 본다면, 제갈량이 어지간히 공사를 구분하지 못했거나, 그도 인간인 이상 신적인 예상은 불가능했다고 여겨볼 순 있습니다. 앞뒤를 봐선 대체로 후자 쪽의 설명이 맞는 거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