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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20: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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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고려 현종이죠.
왕위자체도 비호세력도 없이 얼떨결에 왕이 되었는데, 마침 일어난 거란의 2차 침공으로 온갖 수모를 겪게 되지요. 전후 수습 와중에는 지방세력 복속과 쿠데타 진압까지 해야했죠. 이러한 내우외환으로 어려운 와중에도 절치부심하여 거란의 3차 침공에서 귀주대첩이라는 세계대전급 큰그림을 완성합니다.
거란은 전성기의 몽골보다도 큰 규모의 10만 기병을 이끌고 고려를 침공했는데, 가공할 거란의 전략기동을 철저한 방어작계와 청야전술로 봉쇄해버립니다. 끝내 개경에 당도해서도 공성전은 걸지 못하고 철퇴하고 말죠. 기록은 없지만 수비에 불리한 개경의 특성 때문에라도 엄청난 모험을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공성병기로 개조할만한 석재, 목재를 모조리 거둬들이고, 수성측에서 이중포위망을 구성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호응하는 식으로 성내에서 견제했겠지요. 결국 거란이 포위를 풀고 철퇴하는 과정에서 국운을 걸고 마지막 회전을 벌이고 승전하지요.
이 또한 대단한 것이 거란군은 전력을 온존해가며 철퇴하는 과정이었는데도, 피해를 감수해가며 철저하게 요격했다는 점입니다. 지금 거란을 돌려보내면 당장은 위기를 넘기겠지만 미래엔 우환거리가 될 것임이 분명했으니까요. 현종은 끝내 미래를 위한 초석을 쌓은 셈이었고, 이후 동북아 세력균형과 함께 고려왕조의 장대한 전성기가 열리게 되지요.
세종이 천재라면 현종은 영웅이라 할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