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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2 04: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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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추락시킨 것 또한 저였습니다.
저를 가둬둔 것도 저였고, 저를 채찍질 하는 것도 저였어요.
다만 나만 몰랐을 뿐...
어느 날 주윌 둘러보니 냄새나는 양말에 넘치는 재떨이에 쓰레기 가득한 방.
조금 둘러보니 내가 지금까지 뭐에 홀렸나도 싶었어요.
차가운 바닥에 누워 시린지도 모르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죠.
사실 생각이 너무 많아 복잡했던 것이 멍하다고 느껴졌어요.
생각하기 싫었고, 아무 것도 하기 싫었거든요.
사람은 항상 쉬운 길을 선택하잖아요.
굳이 차가 있는데 30분 거릴 걸어가는 것처럼,
가장 쉬운 방법은 모든 삶을 포기해버리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문득 떠올랐습니다. 삶의 무게가 왜 이렇게 무겁나.
나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가에 대해서 생각하다,
나의 태도, 내 스스로가 나를 밑바닥으로 추락시켰다는 것을 깨달았죠.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피하고 또 피하고 도망치다보니
어느새 친절히 계단까지 내려놓아주시고, 그것마저도 힘들어하니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주시니, 저는 끝없는 밑바닥으로 스스로 내려갔죠.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어요. 맞서는 것, 즉 피하지 않는 것.
그런데 그것마저도 어려워하며 피하려고 했죠.
맞설 용기가 없다는 걸 알기에 포기했고, 작은 목표하나 이루지 못하는 날 보며 포기해버렸죠.
하지만 세상은 의외로 포기만 한다고 해서 정말 삶을 포기할 정도까진 아니더라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걸 떠나 죽는다는 그 두려움이 이상하게 더 크게 느껴졌거든요.
죽기는 또 싫어했으니 말 그대로 백수에 페인이었죠.
그러다 삶의 전환점을 찾았습니다.
바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아무나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니 자연스럽게 해소됐어요.
전 그래서 제가 갖고있지 않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여전히 제가 딱 떠올리는 저는 철없는 어린 소년이거든요.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하곤 하잖아요.
저도 그래서 사람들을 따라했습니다.
욕하면 욕하고, 울면 울고, 웃으면 웃고, 그렇게 전 사람사는 세상을 배워갔습니다.
적어도 바닥에 남아선 안되는 이유와 세상을 살아갈 목표와 방향성을 찾게됐거든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참 힘들더라고요.
전 지금껏 제가 가져보지 못했던 걸 가져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지식도, 성격도, 뭐든 다 가져보고 싶었어요.
옛날에 프로그래밍 배운다고 깝죽대던 시절 이후에 정말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전 그래서 생계와 경제활동 그리고 수많은 이유로 나를 족쇄시킬 바에,
다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죠.
여전히 다양한 선택지 앞에 전 고민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향 하나만은 찾았으니,
이제 그쪽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이 들더랍니다.
너무나도 벅차고 흥분됐어요.
지금 그 감정이 다시 떠오르니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경제적으로가 아니라, 물질적으로 뭐 그렇게 돕는 것이 아니라,
진심어린 마음으로 돕고 싶어요. 그게 자 바람이고 큰 목표입니다.
제가 받았던 그 따스함을 누군가에게 나눈다는 것이 이렇게 큰 의미인지
진작 알았더라면, 전 이토록 도망치지 않아도 됐을텐데 말이에요.
작은 말 한 마디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될 수 있듯,
작은 말 한 마디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결과가 지금의 저로 남을 수 있었네요.
이젠 더 이상 과거를 부정하고, 부끄러워하며, 도망치지 않습니다.
전혀 늦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니 세상이 이토록 평온해질 수 없었어요.
가끔 도망치고 싶기도 하고, 솔직하게 다 그렇진 못합니다.
전 누군가에게 떠올리면 기분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남들에게 기계처럼 불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하면 뭐라고 정의내릴 수 없을 정도로
따듯함이 느껴지는 사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