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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2 15: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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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대히트쳤던 만화 바람의 검심도 그때 이야기..
주인공 히무라 켄신은 조슈번의 압도적인 암살전문 칼잡이자,
가쓰라 고고로우의 오른팔 출신이죠. (가상인물이지만)
이 만화가 좋았던 점은 당시 즐비했던 유신 찬양작가들속에서
메이지유신의 모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막부식 계급철폐, 신세계도래를 위해 수많은 피바람이 불었는데
정작 달라진건 권력자뿐, 권력을 위해 또 사람들이 죽어나는건 똑같다..
라는 점을 칼을 놓은 칼잡이를 통해 제대로 그렸었어요.
켄신의 적은, 어차피 똑같으니까 내가 권력을 잡겠다는 시시오 마코토,
혹은 과거의 화해와 용서가 부재된 채 도래한 신세계의 상처를 상징하는 유키시로 에니시.
이에 켄신은 현재 권력이 누구에 있든 관계없으니까 한 사람이라도 더 목숨을 지키겠다,
과거와는 정면으로 마주보고 용서를 구하겠다,는 취지로 적들과 맞서죠.
그리고 그 싸움엔 과거 적이었던 막부 신선조 출신의 현직 경찰,
과거 막부에 고용됐던 전직 닌자, 그리고 새시대를 이끌어갈 사족 출신의 고아가 주인공을 돕습니다.
그야말로 전후 일본의 나아갈 길을 작품으로 보여줬었던..
전 그 당시 오사카에서 교환학생으로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메이지유신하면 현재 경제대국 일본의 초석이 된 역사적 궐기,
라고만 배우던 학생들이(버블 직전, 일본이 한창 세계무대를 씹어먹던 때입니다)
이 만화를 보고 그 내부와 전후사정을 깊이 관찰하는 데 무척 놀라웠었습니다.
일본이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또라이들로만 가득차 있었다면 이따위 자유주의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만화,
제대로 팔리지도 못했겠죠. 그러나 당시 이 만화의 인기는 짧게나마 현재의 원피스급이었습니다.
시시오 파트에선 거의 드래곤볼급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정이 어려운 현대에 발전시기의 독재자 후예가 권력을 잡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니까요.
지금 일본도 상황이 개판이다보니 저 따위 인간도 유세 부리고는 있지만
사정이 좀 나아지면 기대할 바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냥 조슈번하니까 생각이 나서,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몇 자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