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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5 13: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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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도적으로 부조리를 만드는 자가 있고
2 그 인간이 만든 부조리에 휩쓸려서 부조리에 본의 아니게 가담. 혹은 방관하는 자가 있고
3 부조리를 모두 겪으면서 자신은 이런짓 하지 말자 하면서… 자신이 겪은 부조리를 결국 없애는 사람이 있지요.
제 군생활에서 임병장이 1번 유형이였고. 수시로 자기 아래로 제 위로 집합걸어서 내리갈굼으로 내 군생활을 꼬아놨던 악의 축 같은 놈.
제 선임병 중에 한명은 2번 유형이였습니다. 그 사람은 그래도 당시 이등병이여던 저에게 때때로 라면을 끓여주기도 하고…. (지옥같았던 내무실 청소로 갈구기…가 끝나고 일석점호 후에 그 선임병이 직접 더운 물을 받아서 갔다준 오뚜기 참깨라면 사발면.. 너무 맛있어서 막 울면서 먹었는데. 그 눈물 젖은 면발의 맛은… 아직도 잊어지지 않네요… ) 나중에 그 사람이 전역할 때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네가 성격이나 언행등이 좀 독특하다보니 군대에서 괴롭힘의 표적이 된 면이 있었다. 내 친구중에도 만화그리고 해서 꼭 너 같은 녀석이 있다. 그때 나는 위에서 하도 갈궈서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윤병장한테 많이 맞았다. 나는 네가 혹 자살하는건 아닌지 걱정 많이 했다. 그동안 미안했고. 잘 버텨줘서 고맙다. 나중에 제주도에 오면 찾아와라. 식사 같이 하자.” 라고 하더군요.
뭐. 저는 3번유형이였습니다.
제가 전역할 때 쯤 알았는데. 제 후임들이 신병을 갈굴때는 제가 안보는데서 하더군요.
제가 전역할 때 부대안의 간부식당에서 열렸던 중대 전역축하파티에서 (원래 전역 축하 파티는 주한미군 이 이용하는 레스토랑을 이용했는데. 당시 미군 식당 이용 금지령이 떨어져서 별 수 없이 간부식당에서 했죠…) 한 이등병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내무실 청소할 때 제가 4내무실에서 기타가지고 놀곤 했는데. 그것이 고마웠다고. 덕분에 4내무실 만큼은 편하게 약식으로 청소할 수 있었다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군대 부조리는 돌고 도는구나. 부조리 없애놔도… 그 부조리 겪지도 않았던 놈들이 다시 부조리를 만드는구나…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