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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7 20: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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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두분이 전라남도 나주 출신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충북 충주에서 보냈습니다. 2년정도 보냈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서울살이 36년 쯤 되네요. 부모님도 서울살이 오래하셔서 전라도 사투리는 거의 안쓰십니다만. 20여년전 돌아가신 할아버지,할머니가 사용하샷던 전라도 사투리는 일부 기억합니다. 가쇄(가위),추스리다(고르다),깔끄막(오르막,내리막길),습관적으로 어미에 붙이는 감탄사 아따... 뭐 이정도네요.
그러다보니 서울사투리 기본에 전라도 사투리의 흔적이 약간 첨가되고 거기에 충북사투리의 억양이 섞였다가 세월이 흘러 억양도 희석되고 느린 속도만 남아서. 속도가 느린 서울사람 말씨가 된 것입니다.
평소 제 말씨가 느리다고 생각해본적은 별로 없었는데. 그것을 깨달은건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만화가가 되기위한 꿈을 위해 만화가 문하생을 하던 시절. 같은 화실에서 만난 동갑내기 제주도 출신 친구로부터 제 말씨가 매우 느려서 너는 말하는것 보다 채팅하는게 빠르지 않냐 라는 핀잔을 수차례 듣고 나서 였습니다.
내 말씨가 느린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본 결론이 충청도 사투리의 영향이 남아있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구요.
그런데 제 말씨가 느리다고 타박한건 평생 그 친구가 유일했기 때문에. 정말로 제 말씨가 느린건지 그친구의 말씨가 빠른것이였을 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주도 사투리가 유난히 빠른가.... 그래서 내말씨가 느리다고 타박하는건가 하면 그건 또 아닌것 같아서. 정말로 제 말씨가 느린게 맞고 다른 사람은 제 느린 말씨를 지적하지 않았을 뿐인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충주 충일중학교를 다녔는데 “바야바” 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을 가억합니다. 그 선생님의 채벌이 참 독특했는데. 숙제를 안했거나 준비물을 준비하지 않았거나 수업중 떠들거나 하는 학생이 수업에 충실하지 못하는 원인은 바람이 빠졌기 때문이다고 진단하신것입니다. 바람이 빠졌으면 바람을 넣어야 하죠. 그래서 졸따구를 꼬집어 비틀면서 바 람 이 들 어 간 다 라고 외치시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을 바야바 라고 자기들 끼리 부르고 다녔는데 선생님 입장에서 썩 유쾌한 일은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자신을 바야바라고 부르지 말아라. 바람을 넣어주겠다. 엄포를 놓으셨는데. 그 바람에 새로 생긴 별명이 “뜌유뚜” 였습니다. “바야바” 가 어떻게 “뜌유뚜” 로 치환되는지 잠깐 고민한 저는 3초만에 비밀을 깨닫고 이마를 탁 쳤었네요.
그날따라 안개가 유독 심해졌는데 저녁노을과 저녁안개의 콜라보로 인해 대기가 유난히 붉었던 그날 저녁. 모처럼 유쾌한 기분으로 하교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