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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7 22: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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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를 처음 먹었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길었던 공군 복무기간을 마무리하고 오산공군기지를 나섰던 저는. 전투복과 야전상의 및 여벌의 전투화. 개인물품이 담긴 무거운 더블백을 매고. 성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수원역까지 이동했습니다. 5월이라 두꺼운 야전강의를 입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가방의 무개는 상당했는데요. 다시 서울로 가기 위해 전철역에 가는길에 저는 배가 고파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베트남 쌀국수라는것을 먹었는데. 아니 이 가격에 이맛은… 뭔가 너무 평범하다. 차라리 잔치국수를 사먹는게 낫지. 처음 먹은 쌀국수에 대한 감상은 그랬습니다. 그후 10년넘게 저는 베트남 쌀국수를 먹은 일이 없었는데…. 개발자로 취직후 커리어를 쌓아가던 어느날. 하루는 점심시간에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갔습니다. 사장이 사준다 해서 인생 두번째로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데. 옆테이블에서 고수좀 주세요. 라고 하는겁니다. 고수가 뭐죠? 저도 주세요. 특이한 향이 나는 잎을 접시에 담아서 주네요. 그것을 일단 양지쌀국수에 넣어서 먹어본 순간.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아니 이 가격에 이걸 왜먹어. 잔치국수먹지. 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은 고수의 그 특이한 냄새와 함깨 저멀리 어딘가로 날아가고. 그날 이후로 베트남 쌀국수집에 가면 항상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 숙주 추가하고 양파도 더주시고. 고수는 많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