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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02: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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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던 소년은
마침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멀고 먼 여행을 떠났다. 그는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혼자 걸어갈 여력이 없었기에 사슴에 의지해 그 길을
건너기로 결심했다.
소년과 사슴은 아주 친한 친구였다. 소년이 지평선을 여행하고 싶다는
뜻을 비추자 사슴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응"
이라고 답해주었다.
그들은 아주 오랜시간동안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걸었다.
때로 소년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볼 때 이따금 느끼는 지루함과
여행의 초심을 잃어가는 것이 두려워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천장에 예쁘게 수 놓인 은하수는 소년에게 여행의 초심을 되살려 주었고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지평선은 아주 선선한 바람만이 부는 길이였다.
비가 온 적도, 눈이 온 적도 없었다. 식사를 할 요량으로 준비해 간 생쌀만이
소년의 밥이였다. 사슴은 소년의 꿈을 먹고 살기로 했기에 자주 소년에게
지평선 끝에 무엇이 있을지 묻곤 했다. 희망에 가득 찬 꿈을 듣다보면 사슴은
만족한 표정으로 여행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처음 몇 년 동안은 잘 지켜졌던 그들의 꿈이나 희망같은 것들이 점점
퇴색되어갔고, 마침내 그들은 처음과 같이 친하지는 않은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같은 길을 가면서도 데면데면했고 마침내 사슴은 소년을 더이상 등에
태우지 않았다. 소년 또한 사슴의 등에 타길 원하지 않았다.
소년은 다리가 아프고, 사슴은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제일 힘든건, 퇴색된 꿈을 아무 의미도 없이 찾아가는 것이였다.
"지평선 끝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계가 있을거야."
굉장히 격양된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던 그 메아리는 사슴을 기분좋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따금 돌아와 서로에게 힘을 불어주던 메아리는 더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갈 수 없었다. 각자의 길을 갈 수도 없었다.
지평선은 너무 넓고 이정표도 없어 방향도 모르는 이 곳에서 서로 찢어진다면
그저 광야를 방랑하는 까마귀보다 못한 신세가 될 것이라는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년과 사슴은 마지못해 함께했다. 다리가 아프고 마음이 아픈 것 보다 힘든 것은
여행을 마칠 때 까지, 언제까지고 같이 있어야 한다는 괴로움이였다. 또한 퇴색된 꿈을
아무 의미도 없이 찾아가는 것도.
그들은 마침내 지평선 한가운데 홀로 죽어버린 고목에 다다르고야 말았다.
아주 의미없는 표정으로 그 고목을 바라보던 둘은 이내 서로를 바라보았다.
"돌아가자."
소년은 아주 힘 없는 목소리로 사슴에게 몇 년만에 또 말을 걸었다.
사슴역시 몇 년만에 아주 힘없는 고갯짓으로 끄덕였다. 소년이 고목을 등진 채 원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때에, 사슴이 자신의 등을 다시 내 주기위해 무릎을 꿇었다.
소년은 아주 잠깐 당황했지만, 마뜩잖은 표정으로 그 등에 올라탔다.
돌아가는 길에, 소년과 사슴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돌아가서 무엇을 먼저 할 것이냐는 희망과 기대에 들떠있었다. 그들은 다시 집에
도착하는 단꿈에 젖었다. 사슴은 다시 꿈을 먹기 시작했고 소년은 다시 은하수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