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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19: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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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에 앉아 있던 나는 마침내 생각해냈다.
독립국가를 만들자고!
나는 종이를 꺼내 나의 헌법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깜빡, 바지를 입는 것을 깜빡하고 말아 매우 부끄러워졌다.
세계의 어떤 나라가 세워지던 순간에, 그 중심에 있던 사람들은 항상
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였다. 마침내 바지를 찾아
입었지만 나는 잠깐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건국에 사용될 종이가 굉장히
조촐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종이가 허술하다면 거북이를 닮은 옥새가 아닌, 진짜 거북이
옥새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거북이 옥새를
만들기로 생각하고 삼천원짜리 거북이 배에 나의 이름을
새기기로 하였다.
거북이가 버둥거리던 말건, 나만의 살아있는 옥새에
내 이름이 새겨지는 모습을 보던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고, 이내 피묻은 거북이 배로 나만의 단칸방에
건국을 선포하는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아주 잠깐, 거북이에 대한 죄책감이 가슴속에서부터 올라오려고
했지만 수백 수천명을 희생시키며 건국시킨 대지가 판치는 이
미친 세상에 거북이 한마리쯤이야 어쩔까 라는 생각에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그만 잊어버리기로 했다.
아참, 바지 입는걸 또 깜빡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