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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3 17: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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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2차
지난번 펑크를 만회하고자 동생은 소개팅 일정을 재조정해서 통보했다.
약속장소는 똑같았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먼저 들어가서 캠프파이어 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고깃집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약속 시각에 딱 맞춰서 둘이 나타났다.
고깃집에서 주문하는데 서빙이 그때 그 학생이었다. 왠지 나를 알아보는 느낌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소개팅이라 말도 잘 나오지 않아 고기만 굽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은 서로 소개도 해주는 등 소개팅의 서막을 알려야 하는데
계속 고개 숙이고 고기만 먹고 있었다. 고기를 먹으며 소주를 몇 잔 마셨을 때 용기 내서 이름을 물어보고 내 소개를 했다.
그때까지도 동생은 묵묵히 고기만 먹고 있었다. 얘가 소개팅해주러 나온 것인지 고기를 마시러 온 건지 내 머릿속에서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고기를 잘라서 동생 앞에 많이 먹어 이러며 고기로 "가" 라는 상형문자를 만들었다.
동생은 "가"를 "기"로 만들고 흔적을 없앴다. "이런 용의주도한 년을 봤나.."
결국 고기를 다 먹고 2차 맥주를 마시러 갈 때도, 홍대 입구 지하철역 앞에서 돼지갈비 냄새를 풍기며 서로 바이바이 할 때도 함께 했다.
그리고 소개팅녀에게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날 젊은 여성과 함께 고기를 먹었다는 데서 나는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