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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7 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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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글을 읽으며 눈물 흘렸습니다. 저 역시 아이낳고 문득문득 가슴저리게 했던 생각들이 작성자님 글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네요. 아이가 이쁘고 귀할수록 아이가 아파하고 날 불안하게 할 수록 이상하게 친정 엄마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힘든시기에 여자혼자 몸으로 저희 남매를 키우느라 제대로 예뻐해주지 못한게 한이 되신다는 우리 엄마. 자라고 나니 저는 지금의 제 나이보다도 어렸던 엄마가 피곤에 절은 모습으로도 우리에게 익살을 부리고 맛난것들 뚝딱 만들어주시던 것들이 떠올라 감사하면서도 가슴이 저릿합니다. 그런데 이제 막 할머니가 된 우리엄마, 첫 외손주가 한없이 예쁘다면서도 젊은 새대시절 고된 과부신세에 지쳐 어린 남매에게 짜증부리던 일들, 외갓댁과 노처녀 이모에게 맡겨키우며 눈칫밥먹게 했던 일들 떠올리시며 자꾸 눈물 짓습니다. 그 한을 외손주에게 풀으시려는 듯 작년에 암수술하고 요양중인 몸을 해갖고는 한사코말려고 한시간거리 딸내집을 사흘이 멀다하고 다녀가십니다. 이 작은 아가가 어디서 예쁘다는 말을 들었다는 소리만 해도 좋아죽는 우리 엄마. 아기 목욕시키는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우리엄마. 23살 어린나이에 친정도 시댁도 없이 홀몸으로 애 둘을 업고 나와 눈코뜰새없이 살아가느라 우리들 이쁜모습 제대로 예뻐해주지도, 내 자식 사랑받는 모습도 볼 기회가 없었다는 우리 엄마. 아직도 힘든날이면 그 옛날로 돌아가 등에는 젖먹이인 날 업고 손에는 이제 세 살된 울 오빠를 쥐고 광화문거리를 헤매는 꿈을 꾼다는 울 엄마. 어느덧 그 시절의 엄마보다도 훌쩍 나이를 먹는 딸이 이제야 애엄마가 되어서는 문득문득 그 때의 엄마를 생각하며 몰래 웁니다.
감사합니다. 작성자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