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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5 17: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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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님 글 읽고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건 제 친구나 후배, 동생들에게도 늘 해주는 말인데요.
아직 미혼인 그들이 기혼인 제게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글쓴님이 질문하신 그런 부분들, 이럴 땐 어떡하냐 라던가, 결혼하면 정말 그러냐 등등
어떤 수학 공식에 대한 답을 구하는 듯한 뉘앙스로 질문해요. 그럼 제가 그러죠. 애인이 있으면 일단 그 애인의 성향을 놓고 점쳐가며 함께 맞춰 나가면 될 것이고, 애인이 없다면 애인이 생긴 후 그 사람과 함께 맞춰나가면 될 것이다 라고요. 그러면 그 다음 반응은 신기하게도.. '자긴 결혼했다고 저렇게 말하는구나' 라고 해요.
절대 아니거든요. 제가 결혼했다고 부심 부리듯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래요. 누굴 만나 결혼할 줄 알고, 또 그 사람의 배우자가 어떤 사람인지 제가 어떻게 알고 결혼 생활이 이럴것이다 저럴것이다 예측할 수 있겠어요. 다 알고 분석한다는 스포츠 경기 예측도 빗나가거나 오류가 나오는데 하물며 결혼에 대한 문제만큼은.. 정말 정답이 없습니다.
제가 너무 나간걸까 싶지만, 획일적 교육 방식의 탓인지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도 마치 수학 문제의 정답을 구하듯 딱 떨어지는 결론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참 많은 것 같아요. 하나의 우주와도 같은 인간과 그 인간들이 서로 교류해 일어나는 일은 예측하기도 어렵고 누가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심지어 나를 낳아준 부모님조차도 자식의 인생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듯이요.
글쓴님이 올려주신 질문 하나하나는 다른 분들 말씀처럼,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함께 상의하며 극복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답은 없어요.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배우자와 싸우든 협의하든 해서 결론을 도출하시길 바랍니다. 어느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해요.
저와 가장 막역한 친구가 실제로 글쓴님처럼 너무 생각이 많고 실패하지 않으려 아둥바둥하다가 정말 좋은 사람을 놓쳤습니다. 어떤 사람의 진심을 붙잡고 그와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결코 공부하듯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부디 그와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길게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