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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0 03: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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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97학번이였습니다. 네 뭐 IMF때문에 학업을 버리고 돈을 벌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삶이 안정되고 나서야 2013년 재입학, 2016년 졸업을 했습니다.
새내기 때 첫 임용되셨던 교수님은 학과장이셨고, 입학동기였던 녀석은 교수였습니다.
조교는 물론이고 연구실의 석사, 박사, 시간강사조차 모두 저보다 어렸습니다.
97학번을 저장할 수 없던 웹시스템은 저 때문에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학과행정 때문에 과사나 교학과에 가면 조교와 직원들은 기립해서 저를 맞이 했습니다.
전 명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교수와 맞담배질 하는 유일한 '학생'이였습니다.
다른과 수업 들어갔더니, 석사나 박사과정인줄 아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교 전체에서 저를 알아보고 주시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요, 늦게 학교 갈때의 걱정보다 어린 친구들과의 교류는 훨씬 즐거웠고,
꼰대가 되기 싫어 철저하게 듣기만 했더니, 절친해진 15년 어린 친구를 얻게 되었습니다.
늦게 대학에 갔더니 중년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이시대 20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듣게 됐고
페북에 트위터에 친구도 많이 생기게 됐습니다. ;;
두렵죠. 두렵겠죠. 늦었다고 생각되니 숨고 싶고, 끝없이 도망치고 싶어질 때도 있겠죠.
하지만, 인생은 너무도 즐거운 것이 많습니다.
때를 놓쳐서 하지 못하는 일도 있지만, 때를 놓치고 봐야 다른측면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목표를 향해 다른 방향으로 산을 오르는 것일 뿐이니 용기 잃지 마시고 힘 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