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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10: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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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나서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 하나를 뜯어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놈의 고물 컴퓨터.. 벌써 10년 가까이 쓰고 있군.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타이핑을 하는 작가가 된 듯 행동하고 싶지만, 커피를 마시면 입 안이 헐고 여유란 건 이미 사치로 낙인 찍고 가소성 폐기물 봉투에 버린지 오래이다.
컴퓨터가 켜지고 가장 먼저 본 것은 역시 최근에 내가 쓴 글! 그런데 댓글이 하나 달려 있다! 추천은 두 개!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올라 헬륨을 들이마신 듯 귀에 거슬리는 높은 음이 입에서 새어나올 뻔 했으나 마음의 평정을 다지기로 하고 댓글을 천천히 살펴본다.
아아...! 이것은 보통내기가 아니로구나! 나는 다섯 시간 만에 내 글을 읽는데 이 사람, 괴수야!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이내 눈에 들어오는 지적에 우선 공감의 정신으로 고개를 끄덕이나 이내 양 볼을 부풀리며 항변(=변명)을 하려 한다.(실제로 독자가 본인을 본다면 이런 모습에 한 대 때릴 지도 모르겠다.)
1. 한자 사용 -> 써도 될 만한 단어만 썼다. 그리고 일본식(약어)으로 된 것은 단 두 곳뿐인데 제목과 오카자키신재생전력주식회사라는 간판이다. 한자에 관한 폰트가 갖고 있는 게 그런 일본식 폰트 밖에 없다. 굴림, 바탕, 궁서... 이런 폰트로는 한자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일본어 폰트는 일본식 약어로 나오는 것을 제외하곤 내가 원하는 글씨체가 어느 정도 나온다. 그리고 간판에 적힌 것은 진짜 일본어이기 때문에 이건 일부러 일본어 폰트를 썼다. 그 외의 한자는 전부 '바탕' 폰트이다. 그래도 일본어식 표현을 안 쓰려고 최대한 주의했다. 한자가 문장에 삽입되어 있다고 해서 일본어식 표현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일단 한자문화권에 속해있고, 한자를 괄호 없이 쓰는 매체물도 찾고자 하면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아주 기본적인 한자만 썼다. 일본어식 표현의 좋은 예로는, '주목에 값하다', '(사람이름)들' 등이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어색해서 금방 눈치 채게 되니 안 쓸 수 있었다... 한자 쓴 걸로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엉엉 ㅠㅠ
2. 엔터 -> 본인도 너무 많이 띄운 것 같아 반성중... 애초에 라노벨로 가려던 이유 중 하나가 본인의 문장력이었다. 이 정도 문장력으론 경제학 서적 하난 쓰더라도(어딜 봐서?) 소설 하나는 제대로 쓸 수 없다. 순수 문학으로 가면 망한다!
3. 하이픈 난무 -> 하이픈과 말줄임표가 난무한 것은 극적 상황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장치였으나, 한 페이지에 두 번 정도 사용되면 과다사용이라 봐야 한다.
...
쓰고 보니 구구절절 옳은 얘기인 것 같아 절로 고개가 숙여진 나는 얼른 메모글 올리기에 클릭이나 하고 로그아웃 하기로 결심하였다.
위에 쓴 게 간략하게 제 문장력입니다. 이렇게 타이핑하는 데 20분 정도 걸립니다. 세벌식 사용자인 제가 두벌식으로 써서 느려진 게 아니라 평소의 문장력이 저 정도 수준입니다. -_-;; 순수 문학이 막연히 어려워서 그쪽으로 가면 망한다는 게 아니라 제가 경제학 전공자라서 순수 문학에서 쓰일 필력이 안 된다는 걸 스스로가 잘 압니다. 그리고 의외로 라노벨식의 문장에 경제학을 접목시키면 어려운 내용도 곧잘 풀어써지게 되더군요. 물론 주석을 붙여야 좀 더 안정적이겠지만요.(예를 들어 준구가 처음 도망칠 때 나온 한계체감곡선은 전공자라면 한 눈에 알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대체 뭘 말하는 거지? 검색해야 하나?'란 느낌이 들지요. 근데 그 부분이 바로 맛이 간 센스가 돋보이는 곳이란 걸 아무도 눈치 못채고 있어! 엉엉 ㅠㅠ)
이렇게 읽어주시고 한 분이라도 더 감상과 비평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90퍼센트짜리이기 때문에 계속 수정작업을 할 겁니다. 뭐... 시간이 남아돌 때의 얘기겠지만요. ㅠㅜ 아무튼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추신. 그런데 이 글 경제게시판에 한 번 더 써도 될까요... 고민입니다. 원래 SSF 쓰겠다고 예고했던 건 경제게시판인데요. 쓰다보니 너무 소설다워서(?) 책 게시판에 먼저 올렸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