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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3 15: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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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과학적이거나 철학적인, 학술적인 용어는 아니기에 명확한 정의가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님께서 말씀하시는 '영혼'이란 무엇인가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오겠죠.
혹, 종교적인 의미의 영혼, 즉 영혼은 불멸하며 육체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있고
사후세계로 가서 또다른 삶을 사는 정신적 존재를 말하신다면 그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의 정신은 육체에 고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그 육체, 특히 뇌에 의해서 정신이라는 것이 발생하고 존재하는 겁니다.
이것은 현상적으로 분명히 확인 할 수 있는 거죠.
이를테면 뇌수술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인해 뇌를 일부 절개하는 수술을 하면,
대부분의 경우 행동에 일시적인 행동 장애가 발생합니다.
뇌는 절개된 부분이 수행하던 기능을 다른 부분이 대체하도록 해서, 조만간 기능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지만,
특정 부위를 절개하면 돌이킬수 없는 기능 장애가 발생합니다.
예를들어
기억의 형성에 관여하는 '해마'를 절개하면 장기기억이 불가능하게 되어 영화 '메멘토'에서처럼 새로운 경험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술만 많이 마셔도 해마가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죠.
그리고 전두엽을 절개하면 예측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합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간뇌입니다.
간뇌는 좌뇌와 우뇌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는데, 과거에 간질 치료를 위해 이 부위를 절개하는 실험적인 수술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좌뇌와 우뇌는 완전히 분리되어
우뇌가 담당하는 왼쪽 눈, 왼쪽 귀로 들은 것은 오른손으로 쓰거나 말로 하지 못하고(언어는 좌뇌가 담당)
좌뇌가 담당한는 오른쪽눈, 오른쪽 귀로 들은것은 왼손으로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마치 왼쪽 오른쪽을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것처럼 양손을 동시에 쓰는 작업이 몹시 힘들어집니다.
하나였던 인격이 두사람으로 나뉘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정신이란 것은 명백히 뇌에 의해서 발생하는 겁니다.
뇌가 손상되면 단순히 신체기능 뿐 아니라 기억, 성격 같은 정신의 중요한 부분에도 손상이 옵니다.
뇌가 둘로 쪼개지면 정신도 둘로 쪼개집니다.
뇌가 기능을 멈추거나 소멸하면 정신 역시 소멸되리란 것이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작성자님과 유사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이라는 것을 단순히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화학적인 작용으로 치부합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계산기와 생명체가 다른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계산기,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 회로에도 정신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정신을 단순히 현상으로 바라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1인칭의 존재입니다.
왜 나는 '나'일까요. 나와 다른 사람들의 뇌에서 전기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다 똑같은데,
왜 나는 오직 '나'로만 존재하며,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1인칭인 '나'는 없고 3인칭인 '다른 사람들'만 존재했는데, 1인칭이 없고 3인칭만 존재한다는 것은 가능할까요?
나는 정말 '나'로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1인칭의 존재를 학술적으로는 흔히 '자아'라고 정의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인칭의 존재는 오직 주체로만 존재하는데, 이를 객체로 다루는 개념이 '자아'이며
1인칭과 3인칭이 구분되는 이유가 아니라 단독자로써 자아의 성질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뇌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샴 쌍둥이들은 일반적으로 신경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감각을 일부 공유합니다.
어떤 샴 쌍둥이들은 머리(뇌)가 붙어있기도 합니다. 이들은 감각을 완전히 공유할 수 있습니다.
각자 얼굴과 신체부위가 있기 때문에 주로 행동을 통제하는 쪽은 정해져 있지만,
한쪽이 먹으면 다른쪽도 그 맛을 느낄수 있고, 한쪽이 보면 다른 쪽도 같은 것을 볼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뇌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말을 통하지 않아도 대화를 할 수 있고,
언어보다 더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면 같은 이미지를 느낄수 있다든지) 소통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마치 하나의 뇌처럼 서로 긴밀히 이어져 있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인격체입니다.
생각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릅니다. 어떤 샴쌍둥이 자매는 한쪽이 딸기를 좋아하고 다른쪽은 딸기를 싫어해서
한쪽이 딸기를 먹는 동안 다른 쪽은 인상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앞서 간뇌 절개를 통해 뇌가 분리된 간질환자의 경우에서 하나의 인격이라도 뇌가 분리되면 두개의 인격으로 나누어 질 수 있는데 반해,
하나로 이어진 뇌라도 두개의 자아, 두개의 1인칭이 각각 존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중인격이라는 현상 역시 이와 유사한 현상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의 뇌라도 여러개의 인격, 여러개의 자아, 여러개의 1인칭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각각의 1인칭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육체(뇌)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중추신경이 이어지거나 하나의 중추신경을 공유해 타자와 연결된 사람이 실제로 있고, 그들은 서로를 다른 존재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마도 각각의 존재, 각각의 자아가 '영혼'이라는 말에 가장 가까운 현실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중언부언 했네요... 이런 사실들을 안다고해도, 이것들로부터 바로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습니다.
영혼, 정신, 자아에 대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영혼에는 어떤 본질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나'인가에 대한 답을 얻을수 없을지라도 나는 '나'로써 살아갑니다.
이것이 '우연적 운명'이라는 말이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왜 '나'로 존재하는지 모르지만, 내게 영혼이 존재하는지, 내 삶에 어떤 본질과 목적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나는 살아 있습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은 어떤 본질의 존재여부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나'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영혼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나는 살아 있습니다. 사후세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나는 지금 살아있고, 내일도 (아마)살아갈 것입니다.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없더라도 나는 살아갈수 있고, 신이 내린 사명이 없어도 나는 내 스스로 부여한 목적이 있기에 삶의 의미를 잃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위에 댓글을 달아주신 길가에서 님과 의견이 비슷합니다.
알수 없는 어떤 본질보다 내가, 당신이, 우리가 이미 살아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생명에는 어떤 목적도 의미도 부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그 목적과 의미를 부여할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의 체계를 세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초월적인 어떤 존재가 우리에게 명령해서도 아니고, 영혼이라는 것이 있어 사후세계에서 보상을 받기 위함도 아닙니다.
그건 단지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함이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하기 위함입니다.